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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기록은 김환기가 깬다...한국 미술품 최고가 8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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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환기(1913~1974)의 1972년작 '3-II-72 #220'이 2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85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 서울옥션]

김환기(1913~1974)의 1972년작 '3-II-72 #220'이 2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85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 서울옥션]

 '김환기 라이벌은 김환기'라는 말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7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 '25회 홍콩 세일' 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의 대형 붉은 점화 '3-II -72 #220'이 약 85억 3000만원(62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번에 낙찰된 작품은 수수료 15억여원을 더해 실제 거래 가격은 한화로 100억원이 넘는다. 낙찰자의 국적 등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미술 최고가 10점중 8점이 김환기 #대구미술관 8월19일까지 대규모 회고전

2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세일. 김환기 작품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서울옥션]

27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세일. 김환기 작품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서울옥션]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4월 K옥션 경매에서 65억 5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1973년작 '고요(Tranquillity) 5-IV -73 #310'였다. 김환기 그림이 세운 최고가 기록을 다시 김환기가 갈아치운 셈이다.

현재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 중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김환기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작품 중에서도 김환기 작품이 무려 8점에 달한다.

한국 미술품 경매가 순위

한국 미술품 경매가 순위

이번에 홍콩 경매를 달군 붉은 점화는 지난해 최고가 기록을 세운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뉴욕에 거주할 때 완성됐다. 붉은색 점들이 대형 화폭(세로 254cm, 가로 202cm)을 채운 가운데 상단에는 푸른색 점들이 삼각형 꼴을 이루고 있다. 붉은색 전면 점화가 경매 시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다.
 전남 신안군 섬 안좌도에서 태어난 작가는 달항아리, 매화, 달 등을 화폭에 담아 오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 형상을 버리고 선과 면, 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유화를 그리면서도 마치 화선지에 먹이 자연스럽게 번져 나가듯 '번짐'을 표현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 '번짐'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면 점화 작품이다.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프리뷰에서 한 관람객이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 점화를 보고 있다. [사진 서울옥션]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프리뷰에서 한 관람객이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 점화를 보고 있다. [사진 서울옥션]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 그의 저서 『안목』에서 김환기의 전면 점화는 단순한 점묘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점마다 형상과 서정이 압축된" 작업이었다고 썼다. 미술사학자인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점과 점으로 화폭을 가득 채운 화면에서는 김환기 특유의 동양적 자연관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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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김환기 작품에 대한 국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이번 경매 출품작은 크기, 색감, 조형성 등 여러 면에서 작품성이 뛰어나 시장에서 그 자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미술작품의 거래 가격이 약 100억 원대를 기록함으로써 한국 미술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환기 그림은 국내 미술시장에서 '황금주'로 통한다. 전면 점화(추상화)가 가장 비싸지만 반추상과 구상 작품도 인기다. 지난 23일 열린 케이옥션 5월 경매에서는 1959년 김환기의 반추상화 '달과 매화와 새'(100*65.1cm)가 23억원에 낙찰됐다.

김환기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도 열리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22일부터 8월 19일까지 김환기 작품 100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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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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