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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상륙한 김환기의 점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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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추상미술:김환기와 단색화’ 전에서 중국 관람객이 하종현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다. [이은주 기자]

중국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추상미술:김환기와 단색화’ 전에서 중국 관람객이 하종현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다. [이은주 기자]

‘아시아의 뉴욕’이라 불리는 상하이에 2017년 문을 연 파워롱미술관은 중국 최대 규모의 사립미술관이다. 부동산개발기업인 파워롱그룹이 설립한 것으로 총면적이 2만3000㎡,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규모(2만7303㎡)와 맞먹는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미술관이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여온 특별한 전시가 있다. ‘한국의 추상미술:김환기와 단색화’전이다. 중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대규모로 연 ‘단색화’전으로, 이 전시는 지난 4개월간 4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오는 3월 2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김환기(1913~1974)의 대표 ‘점화’ 연작 4점을 필두로 권영우(1926~2013), 정창섭(1927~2011), 박서보(88), 정상화(87), 하종현(84), 이우환(83) 등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로 주목받았다.

국내 근현대 경매 최고가작 모아 #이우환·박서보·정창섭 등 총출동 #한국 추상 단색화의 전통 보여줘 #전시 넉 달 동안 4만여 관객 몰려

이우환 작가의 대표작 '선으로부터'. [사진 국제갤러리]

이우환 작가의 대표작 '선으로부터'. [사진 국제갤러리]

◆ 한국적 추상, 깊이와 울림=25일 파워롱미술관 제6전시장에서 셴젠 디자인 소사이어티 미술관 큐레이터 루양리가 대형 화폭에 푸른색 점이 고요하게 소용돌이치는 한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 그가 보고 있던 그림은 김환기의 푸른색 전면 점화 ‘고요’, 1973년 작이다. 그는 ‘고요’를 가리키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속의 별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표현법이 완전히 다른 점이 눈에 띈다”며 “고요함과 역동성을 함께 담아낸 화면이 파워풀하다”고 말했다.

26일 전시장에서 만난 대학생 쉬 쥐아닝은 “3년 전 한국에 갔다가 김환기라는 작가를 알게 됐다”며 “한국의 단색화는 서양과 동양, 전통과 모더니즘을 독창적으로 수용하고 결합한 것 같다. 여기 작품들은 모두 명상을 이끄는 듯한 철학적 깊이와 울림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전이 열리고 있는 파워롱미술관 전시장. [사진 파워롱미술관]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전이 열리고 있는 파워롱미술관 전시장. [사진 파워롱미술관]

◆ “이런 규모는 없었다”=한국 추상화의 거장들 작품을 이런 규모로 한 자리에 모은 적이 있었을까? 파워롱미술관의 드넓은 공간 규모는 79점의 작품에 특별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특히 높이가 9~13m, 넓이 1200㎡에 이르는 제6전시장의 규모는 가로 길이가 2m가 훌쩍 넘는 대작들에 숨통을 터줬다.

이 전시에선 국내 근현대미술작품 경매 최고가 1~4위를 기록한 김환기 작가의 대표작 4점을 모두 소개했고, 이우환과 박서보 작품도 개인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주요 대표작 15점을 망라했다.

◆“추상미술의 새로운 발견”=중국은 왜 한국 단색화를 소개하는 데 나섰을까. 쉬화린 파워롱미술관장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부터 한국 단색화를 지켜봐 왔다”며 “동양 고유의 문화적 격조를 나타내고 있는 단색화는 아시아의 주요 미술 사조여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뤼메이이 파워롱미술관 부관장은 “중국에선 최근 들러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시가 중국 미술에 있어서 추상미술의 새로운 발견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단색화 예술은 한국 문화의 깊은 정신적 가치와 서구 추상미술의 재해석”이라고 강조한 왕춘지에 큐레이터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파워롱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김환기의 대표작들. [사진 이은주 기자]

파워롱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김환기의 대표작들. [사진 이은주 기자]

◆ 한국 추상화 알리기=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 시장에서 한국 추상화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노력의 결실이다. 국제갤러리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단색화’ 특별전을 연 데 이어 2016년 벨기에 브뤼셀 보고시안 재단에서 ‘단색화와 한국 추상미술’전을 열었다.

송보영 국제갤러리 이사는 “한국 단색화의 존재와 가치를 전세계에 알리고, 미술사적, 상업적 가치를 재평가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이어 “단색화전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현재 중국의 여러 미술관으로부터 전시 제안을 받고 있다”며 “조만간 중국에서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대규모 전시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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