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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주민 사이…8개월째 고민하다 법제처 찾아간 경북도

중앙일보

입력

경북 봉화군의 영풍 석포 제련소., 석포=백경서 기자

경북 봉화군의 영풍 석포 제련소., 석포=백경서 기자

경북도가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4개월 행정처분이 적정한 조치인지 결국 법제처에 묻기로 했다. 석포제련소의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지 8개월째지만, 법령 해석 다툼과 지역 경제 등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4월 물환경보전법 위반한 석포제련소 #경북도, 조업정지 처분 4개월 예고했지만 #주민들 "제련소에 생계 달려 있다" 반발 #난감한 경북도, 법제처에 법령 해석 요청

경북도 관계자는 22일 “석포제련소에 사전 통지한 조업정지 4개월 행정처분이 적정한 조치인지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해달라고 21일 요청했다”며 “이는 앞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법령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석포제련소를 대상으로 한 특별 지도·점검 결과 물환경보전법 위반사항 등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당시 석포제련소 공장 내 바닥으로 폐수가 유출된 사항과 폐수를 적정 처리시설이 아닌 빗물 저장 이중 옹벽조로 이동할 수 있도록 관을 설치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경북도에 조업정지 4개월 처분을 의뢰했고, 경북도에서는 석포제련소에 이를 예고했다.

석포제련소 주민들이 지난해 경북도청 앞에서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석포면민]

석포제련소 주민들이 지난해 경북도청 앞에서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석포면민]

하지만 석포제련소 측은 “물환경보전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청문회를 요청했다. 지난 9월 지역 법학 전문가·석포제련소·경북도 관계자 등 12명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석포제련소 측은 “폐수가 공장 바닥으로 넘쳐 흘러갔지만, 이는 다시 모여 폐수 처리 시설로 옮겨졌기에 낙동강으로 바로 유출되지 않았다”며 “또 이중옹벽조는 ‘낙동강수계법’에도 규정하고 있는 수질오염 사고방지시설과 동일한 목적의 시설로, 이중 옹벽조의 물은 공정에 재사용하거나 폐수처리 시설로 나가기 때문에 이를 ‘폐수 불법 배출 행위’로 보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소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4개월 조업정지 행정처분이 가중처벌이라는 문제도 지적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당초 지난 4월 환경부의 적발 사항은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석포제련소가 이미 폐수 불법 유출 등으로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았기에 가중 처분인 4개월 행정처분이 바르다고 봤다.

청문이 끝난 뒤 전문가는 “석포제련소에서 지난해 조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이 진행 중으로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2차 처분이 가중되는 건 부당하다”며 “감경 가능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경북도에 제시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상류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상류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완강하다. 경북도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지난달 환경부에 처분의 적정성을 공식 질의했지만, 환경부는 “조업정지 4개월 사전통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따라서 난감해진 경북도가 법제처에 같은 내용을 다시 물은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석포제련소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문제와 조업정지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주민들 의견이 맞물리는 데다 법령 해석까지 애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1970년 설립돼 아연·황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석포면 인구 2215명 중 37.7%(836명)가 석포제련소와 협력 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등 석포제련소는 이곳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9월 청문회에 주민들이 몰려와 조업정지 반대 집회를 연 이유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더는 봐줄 수 없다”며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아예 공장 문을 닫도록 하는 등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제련소에서 오염된 물이 흘러 안동호를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된다”고 설명한다.

봉화=백경서 기자 baek.kyungw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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