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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꿈나무 밭」되살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이 올림픽과 세계대회에서 따낸 7개의 금메달 중 절반 가까운 3개의 금메달을 일구어낸 함평농고 레슬링부가 재정형편이 어려워 학업과 운동에 전념해야할 어린 꿈나무들이 양파 캐기와 벼 베기 등으로 전국대회 출전경비를 충당하는 등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있다.
지난77년 농촌의 어려운 여건에서나마 레슬링 부를 학교의 자랑거리로 만들자는 취지로 팀을 창단한 함평농고는 12년 동안 김원기(김원기·LA올림픽 금), 김영남(김영남·서울 금),노경선(노경선 서울 동)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김종신(김종신·89세계선수권 금메달)등 세계정상급 레슬러들을 배출, 레슬링 명문으로 한국스포츠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왔다.
그러나 이 같은 명성과 찬란한 업적의 그늘에는 늘 주린 배를 움켜쥐며 강훈을 펼쳐야했던 어린 꿈나무들의 눈물어린 오기와 전국대회 출전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봄부터 들판에 나가 노력봉사에 나서야하는 어린 레슬러들의 남모를 한(한)이 쌓여 있다.
84년 김원기가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한때 함평농고의 어려움이 세상에 알려져 잠시 후원을 받기도 했으나 그것도 잠시뿐.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함평농고 레슬링 꿈나무들의 어려움이 김영남·김원기 등 선배 금메달 리스트들의 호소로 동문·동향선배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 마침내 이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함평농고 레슬링 후원회가 결성되기에 이르른 것. 이 학교 18회 졸업생 박내춘(박내춘·세무사)씨를 중심으로 뭉친 선배들은 지난7월부터 우선 이균범(이균범·시설관리공단이사장)후원회장 등 33명이 매달 1만원의 회비를 걷어 10여년째 월 급여 18만원 이하로 봉사해온 윤정부(윤정부)코치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또 각계에 산재한 동문·동향 선후배들에게 호소, 특별기금을 모금키로 하고 33명의 발기인들이 먼저 사재를 털어 지난주까지 1천5백만원의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1천5백만원으로는 선수3O여명의 1년 급식비 충당에도 모자라는 형편.
그밖에 1인당 5만∼6만원이 드는 전국규모대회 참가경비나 유니폼·신발 등 장비 구입비, 합숙 훈련비 등을 감당하기엔 모자라는 돈이다.
후원회의 기금이 자칫 84년 당시와 같이 흩어질 우려가 크자 선배들은 28일 김종신 세계제패기념 행사를 겸해 후원재단 결성을 결의했다. 목표기금 총액은 1억5천만원.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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