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연석회의」안과 상통····우리제안 희석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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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측이 28일 「민족통일협상회의」를 내년 2월2O일 평양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은 우리측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측이 고려연방제외의 우리측 통일방안에 대해 분단고착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다른 통일방안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협의할 것이며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누구의 것이라도 폭넓게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 종전입장에서 한 걸음 신축성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측이 제의한 민족통일협상회의는 지난 88년1월 김일성이 제시한 「남북당국· 정당· 사회단체대표 연석회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또 김일성이 올 신년사에서 『연방제 통일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평양에서 북과 남의 각 당·각 파·각계 각층의 지도급 인사들로 북남 정치협상회의를 갖자』고 제의한 것과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새 통일 방안에서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을 북한측은 『민족통일협상회의의 테두리 안에서 북과 남의 최고당국자들이 아무 때나 만나 통일과 북남관계의 제반문제들을 협의할 수 있다』 고 말해 마치 우리측 입장을 수용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것도 김일성이 올 신년사에서 밝힌 우리측 4당총재 등을 남북정치협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북한측의 이번 제안은 시기적으로 우리의 새 통일 방안이 나온 직후라는, 점에서 일단 우리측 통일방안의 대내외적 효용성을 희석시키고 동시에 국제무대에서의 고립화방지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적어도 논리의 구조나 내용 면에서 제3자에게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북한이 남북정치협상 회의를 제의하면서 『남조선 지도급 인사들이 건설적인 통일방안을 가지고 평양을 방문한다면 환영할 것』 이라고 한 것은 무조건 부정의 자세에서 진일 보 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열 경우 북한은 단일화된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측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측 이홍구 통일원장관도 남북고위당국자회담에서 주한미군철수와 팀스피리트훈련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남북이 회담의 형식 등 문제에서 조금씩 양보한다면 의의로 남북한의 통일논의는 빨리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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