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유아 발달 지역간 극과 극..양강도 어린이 영양실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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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에서도 어디 사느냐에 따라 영유아의 발달 정도가 심한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영양 상태가 개선된 건 맞지만 양강도에선 영양실조를 겪는 영유아가 여전히 많다. 여러 지표에서 비교적 우수한 평양시는 학습 지원으로 투자가 쏠린 탓에 놀이 발달 측면에선 다른 지역보다 취약했다.

보사연, ‘북한 영유아 발달의 지역 간 격차’ 보고서서 밝혀 #“평양도 놀이지원은 취약..지역별 필요 고려해 지원 이뤄져야”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혜진 미래전략연구실 통일사회보장센터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 이슈&포커스’에 실은 ‘북한 영유아 발달의 지역 간 격차’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북한 영유아의 영양 발달 상태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신체ㆍ정서ㆍ지적 발달 정도가 지역마다 다르고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양강도나 자강도, 함경북도 같은 동북부 지역 영유아가 특히 취약한 편”이라며 이곳이 “자연재해가 잦고 출신 성분이 낮은 계층이 많이 산다. 국가의 사회보장 혜택에서 먼저 배제된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라고 썼다.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의 지역별 분포. 해당 지역의 입지계수가 1보다 작으면 관심 문제가 적게 나타나는 것인데 1보다 크면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것이다. 양강도 지역이 타지역보다 저제충ㆍ성장 부전ㆍ영양 저체중 등의 지표에서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의 지역별 분포. 해당 지역의 입지계수가 1보다 작으면 관심 문제가 적게 나타나는 것인데 1보다 크면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것이다. 양강도 지역이 타지역보다 저제충ㆍ성장 부전ㆍ영양 저체중 등의 지표에서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의 영양 발달 성적이 가장 나쁜 곳은 북쪽에 있어 중국과 국경이 맞닿는 양강도다. 이곳 영유아의 영양실조 비율은 여전히 높다. 앞서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서도 2017년 기준 영유아의 급성 영양실조 비율이 양강도(10.5%)와 평양(1.1%)에서 9배 차이를 보였다. 만성 영양실조 역시 3배 차이를 나타냈다.

북한 지도. [사진 위키피디아]

북한 지도. [사진 위키피디아]

황해북도와 황해남도 또한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2009년보다 2017년 영양 문제를 경험하는 영유아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체중 지표의 지역별 차이를 지니계수로 살펴보니 2009년 0.091에서 2017년 0.118로 올랐다. 1에 가까울수록 불균등 정도가 심하단 걸 의미한다.

신체적 발달의 차이뿐 아니다. 보호자로부터 적절한 돌봄 없이 영유아가 방치되는 정도나 도서ㆍ장난감 등을 이용한 학습, 놀이 지원 측면에서 지역 간 격차가 존재했고 또 심화했다.

가령 양강도는 영유아를 위한 책을 3권 이상 가진 가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평양은 다른 지역보다 도서를 보유한 가정의 비율은 높은 반면 장난감을 2개 이상 보유한 가정이 비교적 적었다. 고 부연구위원은 “지적 발달로 지원이 쏠려 놀이 측면의 지원은 미흡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서 보유 지니계수를 살펴보니 2009년 0.142에서 2017년 0.413으로 올라 지역 간 격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난감 보유 지니계수 또한 같은 기간 0.456에서 0.507로 높아졌다. 부적절한 돌봄의 지니계수는 0.075에서 0.307로 올랐다. 돌봄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만 5세 이하 영유아가 최근 일 주간 1차례 이상 혼자 있거나 만 10세 이하의 형제자매와 함께 1시간 이상 시간을 보낸 경우를 뜻한다.

북한 영유아 돌봄 및 학습 지원의 지역별 분포. 음영이 짙을수록 항목별 해당자의 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해당 지역의 입지계수가 1보다 작으면 관심 문제가 적게 나타나는 것인데 1보다 크면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것이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북한 영유아 돌봄 및 학습 지원의 지역별 분포. 음영이 짙을수록 항목별 해당자의 수가 많음을 의미한다. 해당 지역의 입지계수가 1보다 작으면 관심 문제가 적게 나타나는 것인데 1보다 크면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것이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충분하고 적절한 돌봄은 영유아의 정서 발달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부적절한 돌봄을 받는 영유아의 비율은 평양과 평안남도에서 현저하게 낮고, 그 외 지역에서는 대체로 다소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보다도 영유아 발달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전반적인 발육 상태가 상당히 향상됐고 필수 예방접종 등 건강 서비스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뤘다”면서도 “생애 초기 단계에서의 신체적, 지적 발달 지연은 현시점의 건강상 문제를 초래할 뿐 아니라 미래의 충분한 인적 자원 활용을 방해해 장기적인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북 지원에서는 지역별 필요를 고려해 취약 지역 거주 영유아 지원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니세프(UNICEF)에서 실시하는 종합지표조사(MICS) 결과를 참고로 해 작성됐다. 이 자료를 중심으로 북한 영유아 발달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했는지 여부를 공간분석에서 활용되는 입지계수와 지니계수를 통해 살펴본 것이다. MICS는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100여 개 이상의 개발도상국 어린이와 여성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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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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