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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성호 화재 침몰 추가 구조는 없어...해경 '수색 계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밤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대성호(29톤·통영선적)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이뤄졌지만 추가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현재 1명은 사망, 11명은 실종 상태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19일 밤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대성호(29톤·통영선적)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이뤄졌지만 추가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현재 1명은 사망, 11명은 실종 상태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불이 난 어선 대성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밤사이 계속됐지만 추가 구조자는 없었다.

해경 실종자 수색 총력…상황 따라 20일 오후 선미부분 인양 시도 #화재 원인 아직 못 밝혀…화재 당시 급박한 상황

해경은 20일 밤 사이 조명탄 161발을 쏘고 군·경 함정 18척과 헬기 등 항공기 18대 등을 동원해 9개 구역으로 나누어 수색에 나섰다. 해경은 사고해역 인근 선체가 발견된 해상 및 구조자 발견위치 등의 구역에서 야간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수색은 29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해경이 밝힌 골든타임도 지났다. 당초 해경은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가 끊어진 오전 4시부터 24시간이 지난 20일 오전 4시를 골든타임으로 봤다. 해경 해상수색구조 지침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바다 온도가 19~20도쯤으로 저체온증 등을 견디면 24시간은 버틸 수 있다.

지금까지 구조된 사람은 김모(60)씨 한 명이다. 나머지 11명은 실종상태다. 19일 오전 10시쯤 해경은 사고 현장 주변 차귀도 해상에서 김씨를 발견하고 헬기로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겼지만 김씨는 숨졌다. 이 배 출항 기록에 따르면 정모(55)씨 등 한국인 선원 6명과 베트남 선원 6명이 배에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19일 오후 제주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 14명 중 먼저 도착한 10명에게 수색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하루에 두 차례 수색 상황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선원 3명의 가족들도 통영시청 대책상황실에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나머지 베트남 선원 3명의 가족들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해경은 오늘도 계속 실종자 수색을 이어간다. 해경은 20일 오후 6시까지 함정 등 31척과 군·경 헬기 등 항공기 9대를 동원해 실종자를 찾는다. 해경은 특공대·구조대 등 9명을 해경함정에 대기시킨 뒤 파고가 잔잔해지는 시점에 수중수색도 나설 계획이다. 다만 사고해역에는 이날 오전까지 초속 10∼16m로 강한 바람이 불고, 파고도 2∼4m로 높게 일어 수색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귀포항에서 아라호를 출항시켜 오후 2시쯤 사고해역에서 기상 상황에 따라 표류 중인 대성호 선미부분을 인양할 계획이다. 선미는 사고 지점에서 2~4km 반경에서 이동 중이다. 선미에는 배의 침실·식당 등이 있다. 엔진·기관실 등 주요 장비와 시설은 선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까지 해경은 어군·음파탐지기 등을 동원해 선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이밖에 19일 해경은 독도헬기 추락사고 현장에 투입된 해군의 무인잠수정 활용을 위해 해군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측에 협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통영선적 29t급 연승어선인 대성호에 불이 나 발견된 건 지난 19일 오전 7시쯤이다. 제주 차귀도 서쪽 76km 인근 해역에서 불이 난 대성호를 지나가던 창성호가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해경은 7시20분 초동대응반을 소집하고 오전 7시 34분 헬기를 동원해 오전 8시 10분쯤 사고해역에서 이 배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 배는 불에 타고 있었다.

배에 불이 난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고 당시 선장 등 12명이 배에 타고 있었는데 화재 신고가 없었던 점, 구조된 사망자 김모(60)씨가 작업복이 아닌 얇은 검은 상의 내의와 얇은 운동복 하의를 입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점 등을 미루어 보면 선원들이 잠이 든 새벽 휴식시간에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부검은 이날 오후 2시쯤 이루어질 예정이다.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합선가능성, 엔진과열, 주방실 가스관리 소홀 등을 화재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구조된 김씨도 얼굴과 상반신 등에 화상이 심했다. 불이 순식간에 번져 선원들 스스로 해경 등에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배는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2002년 만들어졌다. 사고 당시 배에 붙은 불은 오전 9시를 넘겨 배가 파도에 뒤집히면서 꺼졌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수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수색이 끝나는대로 선박기술협회 등 4개 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사고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제주=김태호·진창일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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