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북한 어디로 가나…미·불·일 석학들의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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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회주의 권이 개방열풍에 들끓고 있다. 중국은 10년전부터 개방을 추진해왔고, 소련은 85년 고르바초프 등장이후 개혁·개방을 활발히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개방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민주화요구를 불러왔다. 중국은 정치는 묶어둔채 경제개방만을 추진하다가 천안문의 대 참극을 불러왔고 그 결과 이제 경제개혁의 앞날 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편 이러한 변화추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던 북한마저 최근들어 조금씩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북한의 현상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중앙일보창간 특집기사(9월22일자 29면 강조)에 참여했던 미(스티븐 세스타노비치·전략국제 관계연구센터 소련 동유립연구소장), 일(하야시 겐타로·임건태낭·전동경대총장), 불(미셸 르사주·파리대 정치학교수)등 3개국 학자들의 서면답변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설문>
①지난 6월 중국의 천안문 유혈사태는 정치적자유화와 경제적 자유화의 불일치가 초래한 비극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에 또 다른 천안문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가. 또 등소평 사후 중국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②사회주의 국가 중 가장 폐쇄된 나라인 북한이 최근들어 조금씩 문을 열고 있다. 북한은 과연 얼마나 변할 수 있을 것이며 북한의 변화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남북한 통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하야시 교수>
①천안문사태는 진실로 불행한 사건이다. 나는 이런 종류의 사건이 앞으로 계속 일어나리라고 본다.
현재로선 중국에서 공산당 일당독재가 다른 제도로 대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학생·지식인들의 항의행동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지만 그것이 체제를 변화할 수 있는 힘으로 발전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등소평이 시작한 부분적·지역적 경제의 자유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국민생활도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공산당 일당독재가 바뀌지 않는 한 당과 결부된 부정부패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②결론적으로 볼 때 오늘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파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산주의체제는 일단 성립되고 나면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내적 모순이 생겨나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것이 체제를 변혁시키는 힘으로까지 발전할 수 없다. 결국 정부는 자유화와 통제를 반복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북한도 분명히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어느 정도라도 개방·자유화를 허용하지 않고서는 체제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셸 르사주>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5월15∼21일 북경에 있었다.
그런데 중국과 소련의 경제개혁은 상당한 차이점에도 불구,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중앙통제경제로부터 시장경제로의 전환에서 큰 어려움을 섞고 있다는 것이다.
체제전환의 초기단계에는 상인·농민들이 점차 부유해지는 반면 지식인등 봉급생활자들의 수입은 변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즉 현재상황이 시장경제가 자리 잡으면 결국 해결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밀어붙이든가, 아니면 불만을 가라 앉히기 위해 행정조치를 취하든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지도층이 이 문제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학생운동은 서구식 민주주의보다 「공평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당 지도부가 무력을 사용 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중국의 신세대 권력자들은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으며 사대가 악화되자 등소평 같은 노인들을 찾아갔고, 노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방법 즉 무력을 동원, 유혈 진압한 것이다.
②북한이 후계자를 정했다고 해 권력세습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후계자로 지명된 사람 중 그 어느 누구도 권력을 잡지 못했다. 말렌코프가 그랬고, 임표가 그랬다.
개인 한 사람에 의해 조직된 정권은 그 개인이 사라짐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새로운 비판에 직면하게 되며, 새로운 질서는 이미 사라진 독재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새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북한의 변화 움직임에 대해 원칙적으로 답하자면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우선 세대교체는 필연적으로 정치의 변혁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걸린다. 소련은 56년 제20차 당 대회 때 20∼30대였던 세대가 오늘날에 와서야 정권을 잡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민족적 요소로 남·북한이 단일민족이라는 감정이 중요하다.
동·서독은 서로 다른 정치·사회체제, 그리고 긴장 관계 속에서도 분명히 다른 두 나라로서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또 중국과 대만도 준공식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한이라고 해서 이 같은 자연스런 움직임에서 예외일수는 없다.

<세스타노비치>
①천안문 사태를 불러온 중국 내부의 갈등은 앞으로 계속 중국정치를 지배할 것이다.
학생들의 주장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심지어 권력 내부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
또 어떤 의미에선 이번 사대는 등소평 사후 공개적으로 가열될 권력투쟁의 서막으로 볼 수도 있다. 각 세력과 분파가 그때를 대비해 유리한 위치의 선점을 꾀하고 있다.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놓고 다음 세대는 분열돼 있으며 이 같은 상태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정국은 불안정이 계속될 것이다.
②북한정권의 역사와 그 지도 체제를 볼 때 북한과는 어떤 협상을 추진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대북 접촉 확대를 위한 적극자세를 보이고 있다. 어떤 상대와 거래하든 초기성과에 대한 현실적 인식만 분명히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올바른 접근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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