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당신의 1시간은 얼마짜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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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임원은 자신이 회사에서 왜 월급을 받고 있으며,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는 윗사람만 기뻐하면 만족하는 '부하의 태도'를 버리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앞에서 성과를 내는 임원이라면 알아야 할 첫째 조건으로 피터 드러커는 시간관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시간관리가 경영자들(임원)이 고민하는 시간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 왜 그럴까? 공급 측면만 생각해 스케줄을 계획적.경제적으로 잘 조정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수요 측면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경제학 용어 같은 말이 나오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이쯤에서 하나 물어보고 넘어가자. 경영자가 갖고 있는 시간을 소비하는 주요 수요자는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경영자가 갖고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부하 직원들이 쓴다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경영자의 시간은 자유재(=공짜로 얻을 수 있는 재화)나 다름없다. 경영자의 시간이 자유재로 취급되는 한, (그가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공급보다 크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경영자가 갖고 있는 시간보다 경영자의 시간을 쓰려는 직원들이 언제나 많다.

<1>본받을만한 아우디의 중역회의

이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기업은 조직 속에 있는 직원들이 자질구레한 서비스를 쓰는 것을 통제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 기업의 가장 한정된 자원(경영자의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 아무런 통제가 없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해외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아이디어가 바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영자의 시간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즉, 경영자의 시간에 값을 매기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그 값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그것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경영자가 갖는 시간의 일부에 대해서만 시행할 수 있고, 직원들에게는 그들이 스스로 요구하는 (경영자의) 시간에 대해서만 그 값을 지불하게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실무적인 어려움이 생겨날 수 있다(예를 들면 수요의 파악, 지불의 형태와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이 귀중한 자원을 일부만이라도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할당할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영자의 시간에 대해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이 제도를 시행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Audi)의 중역회의를 소개한 적이 있다. 지몬에 따르면 아우디는 중역회의에서 논의될 안건들을 토의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인지를 미리 알리게 한다. 만일 예상 소요시간이 회사의 시간예산(time budget)을 넘으면 회의에서 각 안건의 토의를 좀 더 빨리 진행 시킨다. 아우디의 이 같은 사례는 이상적인 목표의 중간 단계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들은 아직 초기단계에 있으며, 시행에 관한 구체적인 것들은 좀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경영자의 시간을 자유재처럼 취급하는 습관은 언젠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최고경영자는 최소한 모든 임직원들에게 각자의 시간이, 특히 경영자의 시간이 매우 비싼 상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그러면 회사 내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남의 시간을 함부로 쓰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2> 왜 월급을 받는지 아는가

임원은 자신이 회사에서 왜 월급을 받고 있으며,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회사에 대해 어떤 공헌을 해야 하는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자신과 조직의 목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효율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가치로 주된 관심사가 바뀐다. 무엇보다 그는 윗사람만 기뻐하면 만족하는 '부하의 태도'를 버리고, 스스로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임원은 조직에 대한 자신의 공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수단보다는 목적과 결과에 더 집중하라는 것이다.

<3> 상사의 강점을 발판으로 삼아라

올바른 성과를 내는 효과적인 임원은 강점을 생산적이게 한다. 그는 약점에 의존해서 성과를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부하의 강점, 상사의 강점, 자신의 강점, 동료의 강점 등등. 이러한 강점들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다. 구성원 각자의 강점을 생산적으로 사용해 높은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바로 조직의 과업이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임원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바탕으로 승진.배치 같은 인사 결정을 한다. 약점의 극소화가 아닌 강점의 극대화가 그가 행하는 인사정책의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경영자들이 윗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임원들은 그의 상사가 가진 강점들을 최대한 생산적이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임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 나의 상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그가 과거에 정말 잘한 것은 무엇인가?

- 그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그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나에게서 얻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그는 상사의 강점과 상사가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상사의 강점을 발판으로 삼는 것만큼 임원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도 드물다.

효과적인 임원은 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즉, 그가 할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그리고 (당면문제와) 관계 있는 일에 항상 관심을 둔다. 그가 할 수 있는 그런 일은 언제나 널려 있게 마련이다. 그는 또 자신의 일하는 습관과 기질을 알고, 그것들이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한다.

<4> 나중에 할 일 정하기가 어렵다

효과적인 업무수행 비결이 하나 있다고 하면, 그것은 집중이다. 효과적인 임원은 먼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한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시간과 정력을 집중하여 한번에 한 가지 일만 몰두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현재 상황에 비춰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과제에 우선 손을 댄다.

효과적인 임원은 이미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은 과거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 활동, 과업에 대해 수시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이것은 아직도 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만일 대답이 부정적이면, 그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과업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그것을 없앤다.

기업은 항상 사람이나 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는 현재의 자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기회를 만나고, 미래를 위한 수많은 과제에 부딪힌다. 올바른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후순위를 정하는 것, 즉 당장 처리하지 않을 과제를 정하고 그 결정을 고수하는 것이다.

임원들은 기업에서 무엇인가를 연기한다는 것은 그것을 포기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무 것도 연기하지 않으려 한다. 또 후순위로 정해지는 어떤 과업도 누군가에게는 최우선 순위가 되므로 후순위를 설정하는 일이 즐거울 수는 없다. 그래서 해야 할 과업들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모든 일을 다 조금씩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게 하면 아무도 큰 불만을 갖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 순위 및 후순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교한 분석이 아니라 과감한 용기다. 즉 문제의 해결이 아닌 기회의 포착에 무게를 두고, 기회를 결과로 전환시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를 우리는 집중과 용기라는 두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 집중

.현재의 과업에 몰두하라.

.그 일이 끝나면 상황을 검토하고, 다음에 가장 먼저 오는 과업에 손을 대라.

- 용기

.과거가 아닌 미래, 문제가 아닌 기회에 초점을 맞춰 우선 순위를 정하라.

.우선 순위를 정했으면, 그 결정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라. <계속>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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