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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이별한 금호…재계 7위에서 중견기업으로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했다. [뉴스1]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했다. [뉴스1]

금호아시아나그룹, 31년 만에 아시아나항공과 이별

호남 최대 기업으로 불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그룹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룹 주력이던 아시아나항공을 31년 만에 HDC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넘기면서다. 한때 재계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던 금호그룹은 6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금호그룹은 사실상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 2개 계열사만 남게 된다. 이 경우 자산 규모 5조원 이하 중견기업 분류에 포함된다. 지난해 금호산업의 매출은 1조 3767억원, 금호고속은 4232억원이었다. 주력 기업의 매출을 합쳐도 2조원을 넘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7조 1833억원으로 사실상 그룹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했다.

아시아나 그룹 매출 67%…재계 60위권 밖으로

지난해 재계 순위 59위였던 유진의 자산 규모는 5조 3000억원이었으며 60위인 한솔이 5조 1000억원이었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자산 규모로는 재계 60위 내에 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고속. [중앙포토]

금호고속. [중앙포토]

5공화국 때 항공업 진출…무리한 사세 확장이 발목 잡아

금호그룹의 시작은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 회장이 미국산 택시 2대로 설립한 광주택시가 전신이다.
48년 광주여객(금호고속)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60년 삼양타이어공업(금호타이어), 71년 한국합성고무공업(금호석유화학)을 설립하면서 그룹의 몸집이 커졌다.

박인천 회장 장남인 고(故) 박성용 회장이 5공화국 당시 항공업 시작을 주도했다. 박성용 회장은 제2만항 사업자를 획득한 데 이어 88년 서울항공을 설립했다. 같은 해 아시아나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항공사업에 본격 진출한 것이다. 90년대 박삼구(74) 전 회장이 국제선 운항에 뛰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주력으로 성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발판으로 사세를 확장한 박삼구 전 회장은 대우건설(2006년), 대한통운(2008년)을 잇달아 인수·합병하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단숨에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은 승자의 저주라는 낙인이 찍히게 했다. 몸집이 큰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그룹 유동성 악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6조 6000억원을 베팅해 주당 1만 4000원대였던 대우건설 주식을 2만 6000원에 매입한 것이 위기를 부채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돈줄이 막히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아야 했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던 금호타이어는 회사채 발행 부담으로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해 중국 기업인 더블 스타에 팔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뉴스1]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뉴스1]

박삼구 전 회장 "그룹 재도약 원년" 외쳤지만 

경영 정상화에 나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 워크아웃(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과 자율 협약(아시아나항공) 졸업에 성공했다. 2015년엔 채권단으로부터 모기업인 금호산업도 돌려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를 그룹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박 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지난 9년간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며 “올해부터 새로운 그룹 사옥에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해 나가자”고 했다. 그러다 올해 초 회계감사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폭락했고 채무 불이행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박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됐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 [사진 아시아나IDT]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 [사진 아시아나IDT]

박세창 사장 "매각에 따른 유입 자금 그룹 미래에 사용" 

 금호산업은 이제 HDC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구주 인수 가격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시장에선 4000억원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호산업은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 사용할 전망이다. 남은 자금은 금호그룹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호는 우선 버스와 건설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 기회도 엿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44) 아시아나IDT 사장도 그룹 재건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매각에 따른 금호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 그룹의 장기적인 미래에 사용될 것”이라며 “앞으로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곽재민·강기헌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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