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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배·팔에 붙이는 센서, 혈당 연속 측정해 저혈당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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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 관리 첨단 의료기기 혁신적 의료기기의 발달로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이 진일보하고 있다. 미국당뇨학회는 지난 7월 진료지침 개정에서 ‘연속 혈당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4시간 혈당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으로 혈당 이상을 예측하는 당뇨 관리법이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이에 연동하는 ‘인슐린 펌프기’가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채혈 않고 24시간 잴 수 있어 #실시간 수치 5분마다 앱 전송 #저혈당·고혈당 1시간 전 예보 "

혈당 관리는 당뇨병 환자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숙제다. 하지만 혈당을 측정하는 것부터 힘들어하는 환자가 적잖다. 매번 손끝을 찔러 수치를 재야 해 고통스럽고 남들 앞에서 혈당 측정하는 걸 보이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을지병원 내분비내과 한경아 교수는 “혈당을 자주 잴수록 혈당 조절을 잘한다는 건 입증됐지만 대부분은 통증과 불편함 때문에 이를 번거로워한다”며 “출근 전과 퇴근 후 하루 평균 1~2회 검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제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기복이 심하고 예측이 어려워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체내에서 인슐린이 거의 나오지 않아 외부 인슐린에 의존한다”며 “인슐린을 세밀하게 공급해야 적정량을 맞출 수 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1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을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저혈당에 잘 노출된다. 저혈당이 오면 식은땀이 나고 떨리는 증상이 생기며 심각한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저혈당 증세가 발생하면 즉시 당분을 보충하고 혈당이 오를 때까지 20~30분 동안 기다려야 한다. 한 교수는 “저혈당이 반복되면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커 일부러 약간 고혈당을 유지하는 환자도 있다”며 “하지만 고혈당이 지속하면 평균 혈당값인 당화혈색소가 올라가 당뇨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기는 환자의 혈당 관리를 돕는 의료기기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복부·팔 등에 센서를 삽입해 채혈 없이 혈당을 24시간 측정한다. 함께 부착된 송신기는 실시간 측정한 포도당 수치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5분 간격으로 전송한다. 환자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자신의 저혈당·고혈당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설정에 따라 저혈당·고혈당이 발생하기 한 시간 전에는 진동 등 알람이 울린다. 소아·노인 환자는 부모나 간병인이 경보를 확인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전송된 혈당 그래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전송된 혈당 그래프.

1형 환자에게 효과적인 인슐린 펌프기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기는 미리 설정해 놓은 인슐린을 24시간 지속해서 주입한다. 혈당 측정 센서와 연동돼 있어 저혈당에 도달하기 30분 전에는 인슐린 주입을 정지하고 혈당이 회복되면 인슐린 주입을 재개하는 기능도 있다. 주사기를 꺼내 소독하고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꽂혀 있는 펌프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0.025유닛 단위까지 인슐린을 정확하게 주입하므로 소아 환자나 마른 사람 등 소량의 인슐린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1형 당뇨병 환자인 30대 김모씨는 임신 중 잘 조절되지 않은 당뇨 탓에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기를 사용한 사례다. 임신한 당뇨 환자는 혈당을 임신 전보다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 공복 혈당을 95㎎/dL, 식후 두 시간 혈당을 120㎎/dL까지 낮춰야 한다. 임신이 아닌 경우에는 각각 100㎎/dL, 140㎎/dL 미만으로 낮춘다. 그런데 김씨는 저혈당이 온 것을 잘 못 느끼는 ‘저혈당 무의식증’ 환자다. 저혈당이 오면 식은땀 같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김씨는 저혈당 무의식증이 있음에도 임신 중이라 혈당을 더 강력히 조절하다 보니 임신 초기에 쓰러져 응급실에 몇 차례 실려 갔다. 주치의의 조언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기를 사용했다. 한 교수는 “김씨는 혈당 수치가 100㎎/dL면 알람이 울리도록 맞춰 놓은 뒤 알람이 오면 저혈당에 대비해 당분을 챙기는 식으로 대처했다”며 “임신 기간에 혈당 조절이 잘 돼 저혈당으로 쓰러지는 일이 더는 없었고 무사히 출산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연속혈당측정기의 데이터를 근거로 환자에게 맞춤 처방을 내린다. 혈당 조절이 안 되는데 이유를 몰라 힘들어하는 환자가 꽤 많다. 예전에는 세세히 따져볼 근거가 없었지만 혈당 그래프가 있으면 어떤 요인이 혈당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한 교수는 “혈당 변화에는 음식뿐 아니라 스트레스·면역력·운동·수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여성은 생리 전에, 학생은 시험 때 저혈당이 오는 경우도 있어 다양한 상황에 따라 인슐린 처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의료기기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내년부터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기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다. 한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유용하다”며 “2형 환자 중에서도 생활이 굉장히 불규칙해 인슐린 주입 시간과 양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혈당을 보다 꼼꼼히 조절하고 싶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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