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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애니메이션에 교복입은 등장인물…대법원 “아청법상 음란물”

중앙일보

입력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음란 애니메이션도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위반한 게 맞다고 대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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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청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진 임모(45)씨에 대해 일부 무죄로 인정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2심에서 무죄가 난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라는 취지다.

애니메이션 속 가상인물도 아청법 위반에 해당될까

임씨는 파일공유 사이트인 파일노리를 운영하는 ㈜선한아이디의 대표 이사다. 임씨는 2010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웹사이트 “성인 애니” 카테고리 내 자료실에 이용자들이 음란 애니메이션을 업로드 했음에도 삭제하는 등 기술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란물의 판매 수익금을 이용자들과 나눠 가져 아청법과 음란물 유포 방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사용자들이 올린 애니메이션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범위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도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1·2심 “등장인물 아동·청소년으로 특정할 수 없어”

1심과 2심 모두 아청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했다.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을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각 등장인물은 그 외모나 신체발육의 상태로 볼 때 일견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성인 캐릭터로 볼 여지도 충분한 점”을 설명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라고 하는 법문언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고도 모호하여 표현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처벌대상이 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아동·청소년 음란물이라고 하려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단정하면 안 된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임씨의 음란물 유포 방조 부분은 1·2심 모두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 “평균인의 시각에서 명백하게 해당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음란물 유포 방조 부분과 아청법 위반 모두를 유죄로 본 것이다.

대법원은 “만화 동영상들은 모두 학생으로 설정된 인물들이 교복 등을 입고 등장해 성교 행위를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학생 표현물들에 부여한 특징들을 통해서 설정한 나이는 19세 미만임을 알 수 있고, 모두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건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5월, 애니메이션 아청법 위반 관련 첫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지난 5월 실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음란 애니메이션도 아청법을 위반한 음란물로 볼 수 있다는 첫 대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10월 22일 오후 5시 기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 10월 22일 오후 5시 기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5월 30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가상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올려 아청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74)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해당 판결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의 판단 기준을 설명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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