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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아프리카서 '에너지 사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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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앙골라에 30억 달러 차관 제공. 나이지리아에 10억 달러 차관 제공. 적도기니엔 정부청사 건물을 지어 무상 증여….

아프리카의 자원을 노린 중국의 '선심 행보'다. 거리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 목표는 단 하나, 자원 확보다. 중국이 경제 원조를 아끼지 않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원유.우라늄.원목 등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차관 등을 주고 유전.광산 확보에 우선권을 얻는 식의 경제.자원 협력을 하는 것이다. 앙골라에서는 아예 차관을 원유로 돌려받고 있다. 아프리카도 중국을 반긴다. 지난달 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경제포럼에서 자카야 키퀘테 탄자니아 대통령은 "중국이야말로 아프리카 발전의 공헌자"라고 말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경제 원조를 하고 각종 자원을 잔뜩 사들이는 것이 아프리카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고위층은 부지런히 아프리카를 누비며 경제 원조를 약속한다. 올해만 해도 1월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 4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6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나이지리아.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돌며 자원 협력을 다졌다. 아프리카 언론들은 이 행보를 '자원 사파리'라고 표현한다. '자원을 찾기 위해 멀리 다니는 사냥'이라는 뜻이다. 후 주석이 나이지리아에 들렀을 때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는 유전 네 곳에 대한 입찰 우선협상권을 받아냈다.

CNPC.중국해양석유(CNOOC).중국석유화공(SINOPEC) 등 중국 3대 석유회사는 자원 외교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유전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앙골라.가봉.가나.수단.차드.알제리.적도기니 등 원유가 나오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유전을 확보했다. 인구 15만 명, 면적은 제주도의 절반에 불과한 아프리카 서부의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에서도 SINOPEC가 유전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부터 3년마다 아프리카 모든 나라의 경제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해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차이나-아프리카 포럼'을 열고 있다. 두 번의 포럼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제공했던 차관 13억 달러를 탕감해 주고, 아프리카 제품 190개 품목에 관세를 붙이지 않겠다고 하는 등의 선심성 약속을 발표했고 이를 이행했다. 세 번째 포럼이 열리는 올해는 대통령과 총리 등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을 초청할 계획이다. 포럼은 11월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에 비하면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위상은 초라할 정도다. 중국이 2004년부터 지금까지 3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한 앙골라에 한국은 1%에 불과한 3000만 달러를 줬다. 현지 한국 기업인은 "앙골라 정부 관료를 만날 때마다 '한국은 왜 차관을 더 주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권을 유린하거나 부패한 정권에 대해서도 경제 원조와 외교 협력을 한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단이 대표적인 예다. 수단에선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랍계 민병대가 최근 3년간 비아랍계 부족민 20만 명을 학살했다. 지난해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수단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려 했으나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CNPC는 수단에서 144억 달러를 들여 1500㎞ 송유관을 깔고 정유공장을 짓는 등 막대한 투자를 했다. 중국의 값싼 제품들이 밀려들면서 아프리카에서 중국 반대 움직임이 일자 중국 정부는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섬유 공장 70%가 중국 제품 때문에 문을 닫고 근로자들의 반대 시위가 잇따르자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남아공을 방문해 "중국 섬유제품 수출을 스스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우라늄.금.백금 등 자원이 많은 남아공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프리토리아(남아공).루안다(앙골라)=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 아프리카=권혁주, 중남미=서경호,

유럽.중앙아시아=심재우, 캐나다=임미진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조민근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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