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법과 원칙 무시, 이제는 끝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9일간 계속됐던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불법 점거 사태는 법과 원칙이 무시되면 어떤 참극이 빚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동안 '떼를 쓰면 뭔가 얻을 수 있다'는 노동계의 그릇된 관행이 이번 사태를 낳았고, 사태 발생 후에도 법과 원칙은 온데간데없었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가 점거 6일째 회의를 열어 "자진 해산하면 교섭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가 비판받자 이틀 후 "결코 원칙 없는 타협을 주선하지 않겠다"며 오락가락했다.

경찰은 강제 진압하다가 노조원이 다치면 책임이 돌아올까 두려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청와대가 나서 "조기에 해산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움직였다. 8일 동안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포스코뿐 아니라 나라의 신인도에도 큰 흠집을 남겼다. 하긴 지난해 말 농민시위 때 농민 두 명이 숨진 데 책임을 지고 허준영 경찰청장이 경질된 뒤 청와대의 '허락' 없이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포스코가 "불법과 폭력에 타협하지 않겠다"며 건설노조를 상대하지 않고 원칙을 지킨 점은 평가할 만하다. 포스코는 2003년 교섭 대상이 아닌 화물연대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을 때 협상 테이블에 나갔고 요구 사항까지 들어준 전례를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 합법적인 노조 활동과 시위는 보장하되 투석, 쇠파이프.죽창 휘두르기, 건물.도로 점거, 집회 허가 장소 벗어나기, 폴리스 라인 침범 등의 불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최루탄 무사용'이라는 내부 지침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필요할 때는 써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노사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

노동계도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의 울산 지역사회를 향한 소비 파업도 포스코 사태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질타를 받았다. 앞으로도 원칙을 무시한 파업은 여론이 먼저 등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