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동네에선 학벌 의미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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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3만1833명. 지난해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가 2018~2022년 사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가상현실 등 국내 소프트웨어(SW) 인력 수요를 추산한 결과 부족한 인력이다. 전문대~박사 졸업자까지 탈탈 털어도 이 정도 부족하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 #SW인재 육성 한국판 ‘에꼴42’ 맡아 #“교재·학비 없고 프로젝트식 수업 #몸에 개발자 피 흐르는 사람 원해”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이런 SW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설립 비용을 대며, 설립 방침이 확정됐을 때 한국판 ‘에꼴 42(SW 인재를 키워내는 프랑스의 창의적 교육기관)’로 주목받았다.

학생이 학비를 내고 배우는 학교와는 달리 오히려 학생에게 매달 100여만원씩 지원금도 준다. 교수도 없고 교재도 따로 없다. 중앙일보는 1일부터 지원자를 모집해 다음달 20일 개소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초대학장인 이민석(56·사진) 국민대 교수를 지난달 25일 만났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2011년 네이버가 만든 소프트웨어 교육시설인 NHN넥스트 2대 학장을 지냈다.

교육 방식이 특이하다.
“학교에서 하듯이 강의로 진도 나가고 시험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해결해야 할 팀 프로젝트를 준다. 이걸 유튜브를 찾아보든지 구글링하던지, 책을 구해보던지, 멘토에게 찾아가서 물어보던지 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식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몇 대를 주고 이걸 어느 층에 보낼지 결정하는데 전기를 가장 덜 쓰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짜오라는 식이다. 중요한 건 모든 기초 교육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딩도 알아서 배워와야 한다. 코딩은 도구다.”
왜 이런 방식으로 교육하나.
“코딩은 중요하다. 가르치면 다들 곧잘 한다. 그런데 이걸 어디다 써먹을진 모른다. 영어책 다 배워도 영어를 잘 못하는 것과 같다. 가장 좋은 건 문제를 해결하면서 배워나가는 방식이다.”
어떤 학생을 원하나.
“우리는 개발자의 피가 몸에 흐르는 사람을 원한다. 자격 조건은 성인이고 고졸 이상이면 다 가능하다. 대신 우리는 몰입을 원한다. 소프트웨어를 정말 ‘찐하게’ 공부할 사람, 확고한 동기를 가지고 있고 성실한 사람을 뽑을 것이다. 코딩 역량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본다.”
대학 학력 등은 안보나.
“전혀 안 본다. SW 동네에선 이미 학벌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능력이다. 어느 IT기업이 수학 문제 던져주고 ‘이거 풀어봐’ 하나. 아니다. 프로젝트를 주고 해결하라 한다. 책에는 없는 걸 찾아서 공부하는 역량이 소프트웨어 잘하는 핵심역량이다.”
비학위 과정인데 2년 지나면 어떻게 되나.
“명목상 2년이지만 중간에 창업하거나 우리와 협약을 맺은 여러 IT기업에 취업하면 언제든지 ‘엑시트’ 할 수 있다. 우리는 데이터 과학자, 인공지능 개발자를 키워 기업으로 많이 보내고 싶다. 핵심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가지고 사업에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재도 매우 중요하다.”
이 교육실험을 통해 원하는 것은.
“과기정통부가 올해만 350억원, 2023년까지 총 1806억원을 투자한다. 프랑스의 프로젝트식 교육방식인 ‘에꼴 42’의 교육 모델을 채택한 ‘42 서울(SEOUL)’을 시작으로 인재를 키운다. 아시아에서 최초다. 궁극적으로는 SW 인재 교육 모델을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교육 혁신이 필요한 교육 기관, 기업 현장에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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