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스쿨 미투' 성추행 교사들 중징계에 ‘동문 반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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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일러스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성추행 일러스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엉덩이가 크다” 등…여학생 180명 피해

지난해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촉발했던 광주 D여고 동문들이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 당국이 제자 성폭행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교사에게도 징계를 내린 데 대한 반발이다. D여고 스쿨 미투는 학생 180명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면서 남교사의 절반에 달하는 19명이 조사를 받은 사건이다.

[이슈추적] #D여고 총동문회 “초법적 처분” 비난 #광주교육청, “형사벌과 행정벌 달라” #작년 7월 교사 19명 가해교사 지목 #“술집서 일하는 여자같다” 등 폭언

D여고 총동문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초법적으로 이뤄진 무혐의 교사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시교육청의 무분별하고 무능한 대처가 학생, 교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초법적이고 무자비한 처분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했다.

이날 동문들이 성명을 낸 것은 지난해 불거진 ‘스쿨 미투’ 사건에 연루된 교사들의 징계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D여고 교사 19명이 가해 교사로 지목돼 9명이 기소됐다. 이중 구속기소된 2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불구속기소 된 교사 5명은 벌금형, 2명은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도 해임 5명, 정직 3개월 2명, 정직 2개월 1명, 정직 1개월 1명, 보류 1명 등을 내려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일부 교사가 증거불충분 등으로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형사벌과 행정벌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광주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성추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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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 학생 28명 50차례 추행

이에 학교 측은 광주시교육청의 요구 등을 검토해 교사별로 해임 3명, 정직 3개월 2명, 감봉 4명, 보류 1명 등의 처분을 내렸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내 성 비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에 따라 그동안 전수조사 등을 토대로 징계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동문회 측은 "(무혐의 교사들까지 징계한 것은) 교원지위 향상법에 제시된 교권과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행위"라며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이 '스쿨 미투'라는 이름으로 D여고에서 행한 부분별한 조사는 학생을 핑계로 한 교사에 대한 폭력이었고,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한 폭거였다"고 했다.

D여고 스쿨 미투 사건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생들이 ‘우리를 지켜주세요. 교장선생님’이라는 제목의 건의사항을 통해 교사들의 상습적인 성희롱 의혹을 신고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180여명의 학생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가운데 D여고 남교사 39명 중 48%인 19명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성추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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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지속적 성추행…죄질 불량”

학생들에 따르면 이들 교사는 제자들에게 “그X 몸매가 이쁘네” 같은 성희롱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또 학생들에게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같다”, “엉덩이가 크다” 등의 발언을 한 교사도 있었다.

이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A교사는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 총 50차례에 걸쳐 28명의 학생을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A교사에 대해 “(학생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교사들이 오히려 다수의 제자를 반복해 추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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