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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쪽이 양보해야 사회개혁 가능|노 대통령 본지창간 24돌 특별회견, 성병욱 편집국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앙일보 창간24주년을 맞아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선거 당시와 비교하여 주름살이 느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게 보입니까… 나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 대통령직이 편한 자리는 아니니까 2년 전 선거 때와는 많이 달라졌겠지요. 다만 주름살이 늘어나는 만큼 지혜도 같이 늘어나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일전에 외손녀를 보셨다는 데 할아버지가 되신 감회가 어떠십니까.
『외손녀에게는 나도 보통할아버지입니다.
사랑스럽고 티없는 아기의 얼굴을 보면 얘들이 주인공이 되는 21세기까지는 모두가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 간절합니다. 우리세대가 겪었던 전쟁과 빈곤과 사회불안의 위협이 없는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입니다』

<민주화 제대로 진척>
-전과 비교해 청와대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 같습니다. 강조해 오신 권위주의 청산과 민주화는 제대로 진척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부드럽고 편안한 청와대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고, 또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고 있습니다. 6·29선언 후 짧은 기간 중 우리 모두가 인내와 화합으로 이룩한 민주화의 발자취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완전한 자유가 이루어졌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자율화의 물결이 넘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지방자치제 실시를 통한 참여의 확대와 계층간·지역간의 갈등을 풀어 갈 균형발전, 복지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는 내년부터 실시되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균형과 복지의 문제는 우리가 의지를 갖고 착실하게 노력해 가면 90년대 중반까지는 복지사회의 튼튼한 바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민주주의를 하는데는 제도와 정치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뿌리내리고 꽃피우는 것은 국민의 민주시민의식일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그 동안 우리의 민주화과정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과 진통이 뒤따랐습니다. 억눌려 왔던 욕구가 봇물처럼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데 따른 어려움을 모두가 체험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전환기적인 과정을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며 극복하느냐는 것입니다』
-한때 대통령께 대해「물 대통령」이니,「물 태우」니 하는 별명이 유행했었습니다. 최근 공안사건들을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얘기들은 수그러드는 것 같고 대통령께서도「강한 여당」「강한 정부」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5공 회귀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정을 수행하는 스타일을 바꾸신 것입니까.
『민주주의의 어린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연해야 하겠지만,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려는 도전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합니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의미에서 나는「물」도 될 것이며 때로는「불」도 될 것입니다.
법치질서의 확립과 법의 공정성 확보는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법 집행을 엄정히 하는 것을 5공 회귀라고 할 수 있습니까. 국민들의 여망도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있어서는 정부가 보다 엄정하고 단호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내가 국정을 운영하는 스타일이 바뀐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집권자의 편의나 생각에 따라 국민을 이끌어 가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은 국민의 의사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모아져 국민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취임하신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고 나라안팎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난 기간 국정을 운영해 오시면서 내세울 수 있는 치적과 미흡하게 느끼신 것은 무엇입니까.
『지난 1년 반은 우리 역사가 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발전을 겪었던 기간이었다고 믿습니다. 새 공화국과 함께 민주화의 길이 열리고 서울올림픽의 성공과 함께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냉전의 두터운 벽을 허물고 북방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과정에서 자제를 잃은 욕구들이 표출되어 시민생활의 기초마저 흔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민주세력으로 위장한 좌익폭력혁명세력들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전환기적 상황에서 공권력의 권위가 가장 약화된 시기였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집권 초반을 지나 본격적인 국정을 펼 때라고 봅니다. 앞으로 국정수행의 기조를 어디에다 두실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 주십시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경제와 사회 각분야에 균형발전을 이룩하고, 북한을 개방으로 나오게 하여 통일의 길을 여는 것이 새 공화국이 당초부터 지표로 삼은 것이고, 그것은 지금도 변화가 없습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역사와 국민 앞에 다짐해 뫘습니다.
참다운 민주주의를 해 나가기 위해서도 질서확립, 민생치안의 확립, 각종 비리척결을 비롯한 사회개혁이 병행되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남북교류 적극 추진>
또한 계층간의 갈등을 풀어줄 경제의 개혁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로소득으로 인한 부의 편중을 시정하고 심각한 서민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선결과제인 것입니다.
소련·중국·동유럽의 사회주의국가들과는 새로운 관계가 열리고 있지만 남-북한 관계에도 변화가 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나는 임기 중에 무리를 해 가면서 눈에 보이는 기념비적인 영조 물이나 사업을 남기려 애쓰지는 않겠습니다.』
-정기국회가 시작됐으나 김대중 총재에 대한 기소 등 공안정국 여파로 국회운영이 순탄치 못할까 걱정들이 많습니다.
여야 영수들이 모여 시국을 풀어 갈 의사는 없으신지요.
『취임 후 지금까지 필요할 때마다 야당지도자들과 만나 그분들의 의견을 들어 정국을 운영해 왔습니다.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기소된 일을 야당 탄압, 또는 특정야당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지나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총재에 대한 기소는 서경원 의원사건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덮어둘 수는 없는 만큼 이를 법적으로 밝혀 사법적으로 매듭짓는 문제일 뿐입니다.
정부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해야 하지만 정치인도 이러한 문제에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법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 떳떳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법적인 문제를 정국운영과 연관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일부야당에서 5공 청산이 미흡하다면서 대통령탄핵소추발의까지 들먹이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반면 여당은 이 문제의 조속한 매듭을 추진하고 있으나 별 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내에는 이 문제가 마무리되리라 보십니까.
『우리는 지난 1년여 동안 과거청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뫘습니다. 국회청문회도 개최하였고 정부에서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임대통령 친·인척 등 관련자 47명을 사법처리 했습니다. 전임대통령이 과거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한 후 은둔생활에 들어 간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청산하는 길은 그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의 권위주의적 적폐를 일소하고 인권신장과 언론자유의 보장, 비민주적 법률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민주화를 진전시켜 이제는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민주적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혁명이 아닌 상황에서, 평화적인 정부이양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렇게 철저히 과거를 청산한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법과 민주적 절차를 떠나 특정인을 정치적으로 응징하는 일이 바람직한 과거 청산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불과 1백여 일 후면 20세기의 마지막 연대인 90년대인데 80년대 문제인 과거청산을 90년대까지 끌어 더 이상 국가발전이 지체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과거문제는 연내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들어 간지 1년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전전대통령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전임 대통령이 1년 가까이 산사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임대통령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부이양을 실천하였으며 과거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회를 떠나 은둔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보는 큰 시각에서 이 문제는 조속히 슬기롭게 마무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수대연합 등 정계개편 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김종필 총재와 깊숙한 얘기까지 나눴다는 얘기도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이론이 발단이 되어 민정당의 당직개편까지 단행되었습니다. 정계개편에 대한 구상이 있으면 이 기회에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
『민정당 당직개편을 정계개편 설과 관련지어 보도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계개편은 정치안정을 위해 국민들의 여망이 그것을 강력히 요구할 때 자연스럽고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성질의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정계개편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 그러한 구상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정계개편과 관련하여 내각제 개헌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임기 중 개헌을 하실 의향이 계십니까.
『민주국가에서 헌법개정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야합의에 의한 새 헌법에 따라 새 공화국이 출범한지 겨우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고, 국정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개헌문제는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집권 초부터 추진해 온 북방외교가 일부 성공하여 대통령께서 금년 11월 동구의 헝가리까지 방문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북방외교 진척속도에 대해 이의도 제기되었고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다소 움츠러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방정책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실 생각입디까.
『북방정책은 초기에나 지금이나 변화된 것이 없으며 또한 움츠러든 것도 없습니다. 헝가리와는 이미 국교를 수립하였고 유고·폴란드·소련·불가리아와는 무역사무소를 상호 개설했습니다. 이중 몇몇 동유럽사회주의 국가와는 가까운 장래에 국교를 수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방정책은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증진, 통일여건 조성, 경제관계의 다변화라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남-북 비밀접촉설이 보도되면서 일부에서는 대통령께서 남-북 문제를 일부 인사에 너무 의존하지 않느냐는 비판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대화의 전망과 추진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은 언제쯤 성사될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이 대화를 정치공작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 한 정부는 상호존중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남북대화와 교류를 추진할 것입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빨리 개최하자고 제의한 바 있습니다. 가능한 한 내년 8월15일까지는 기본원칙에 합의하여 남-북한 관계에 돌파구를 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대화와 남북한 관계에는 상대방이 있고,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진전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는 북한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폐쇄와 고립의 길에 서 있을 수만은 없으며 변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믿습니다』
-금년 10월 워싱턴에서 있을 한-미 정상회담 때 주한미군·통상마찰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있겠습니까.
『이번 방미 때 미국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 및 여론 지도층에 주한미군문제에 대한 정책은 적극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 내 일각에 잘못 인식될 수 있는 한국내의 상황을 올바로 전달하여 미국의 대한방위공약과 한미안보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한 일방적인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편 한미간 경제문제와 관련, 최근까지 통상마찰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 왔으나 이제는 마찰의 상태는 해소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이번 방미에서 통상과 관련, 구체적인 현안을 가지고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점들을 우호협력관계의 바탕 위에서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는 원칙을 확인하고 상호신뢰 분위기를 구축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등 경제의 진보적 개혁에 승부를 거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와 재계, 그리고 중산층 일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있고 민정당내에서도 수정을 요구하는 실정이어서 이 개혁조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될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자연히 대통령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특히 재산세 과 표 현실화는 집을 가진 국민이면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급격히 재산세가 오르면 조세저항이 크고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토지공개념 도입과 금융실명거래 제 실시는 새 공화국이 추진하는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제도개혁의 두 기둥입니다. 이 경제개혁은 아무리 어려운 과제라 해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경기부양책 안 쓴다>
재계·정치권을 포함하여 일부 국민들은 이러한 계획이 자유시장경제질서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으로 듣고 있으나 오히려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여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고 그 체질을 더욱 튼튼히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18∼19세기 서구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계층간에 서로 반목하고 비타협적이었던 나라에서는 예외 없이 폭력혁명이 거듭되고 사회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그러나 계층간에 서로 양보하고 타협한 나라에서는 안정 위에서 순탄한 민주발전과 번영된 사회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도 모든 국민들이 서로협조하고, 특히 여유 있는 분들이 한발 먼저 양보하여 점진적인 개혁이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재산세 과표 현실화는 신중하게 할 생각입니다. 프랑스에 이런 농담이 있다 더군요. 프랑스 국민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면 기꺼이 바치겠다고 하면서 세금을 더 내라면 못하겠다고 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에서도 조세저항은 있었고 우리국민도 급격히 세금이 늘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겁니다.
따라서 토지공개념이라는 전체적인 논리에는 재산세 과 표 현실화가 맞는 얘기지만 국민들이 감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우선 5만원정도면 더 낼만 하다고 한다면 일단 그 정도로 현실화해 시행하다가 단계적으로 현실화폭을 조정해 충격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는 금년 상반기에 3년만에 다시 무역적자가 왔고, 물가고가 걱정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까지 높아지는 등 걱정스런 측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킬 방안은 없겠습니까.
『최근 수출이 부진하고 기업의 설비투자 또한 저조한 것이 사실입니다.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성 저하, 원화 절상의 여파, 지속적 임금상승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금리인하, 환율의 대폭절하 등 본격적 경기부양책을 쓰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안정기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아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분간 금리·환율은 시장기능에 맡기되 안정기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때그때 적절한 보완대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제·금융상의 지원보다도 기본적으로 노사간의 평화와 협력분위기 조성 없이는 내년 이후 우리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산업평화 범 국민협의회」를 구성하여 범국민적 노사화합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그리고 새로 구성될 「국민임금위원회」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내년에는 임금이 생산성 범위 내에서 적정수준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하고 노사간의 생산성 향상노력도 적극 지원하려 합니다』
-최근 잇따랐던 밀입북사건, 대학가에 만연한 이념적 혼란 등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념적 혼란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며, 조속히 수습할 방안은 있겠습니까.
『우리의 전환기적 상황을 북한은 대남 적화전략의 호기로 오판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 일각의 이념체계혼란도 의식적이던, 또는 무의식적이던 이러한 북한의 지속적인 선전선동의 직·간접적인 영향에 의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좌익폭력혁명세력과 민주세력이 명백히 분리·구분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려는 어떤 세력에 대하여도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조치를 강구해 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좌익세력이 발붙일 온상인 각종 사회갈등요인 해소를 위해 정치의 민주화 추진은 물론, 경제정의의 실현과 복지의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정당내에 TK니, 반 TK니 파벌얘기가 심심지 않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당내민주화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후계문제와 연관된 것 같은데 후계자 선정문제에 대해 어떤 구상이 있으신 지요.
『나는 민정당내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파벌이나 지역세력으로 갈라져 다툼을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와전 때문이지 실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후계문제와 관련하여 내가 취임한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레이건 미대통령시절 부통령이던 부시현대통령도 비록 차기대통령직에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직 대통령의 통치권에 누수현상이 생기지 않게끔 얼마나 조심해 처신을 했습니까.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통치권의 누수현상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 하물며 민주주의의 정착이 덜 된 우리나라 같은 경우 너무 일찍 후계문제가 제기되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내 임기 중반쯤 되면 개인의 능력과 색깔, 그리고 지지기반에 따라 자연히 몇몇 사람이 두드러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 내 임기 1년쯤 남겨 놓고 전당대회에서 경 선을 통해 차기대통령후보자를 뽑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다음 주자가 너무 빨리 부각되는 것은 꿈을 가진 당사자나 당, 또는 나라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스럽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면 당장 구심력을 갖고 뭉치는 힘이 필요한데 후계문제를 둘러싸고 모래알처럼 흩어진다면 되겠습니까』

<주요당직 점차 경선>
-후보 경선의 전 단계로 주요당직에 경선 제도를 확대해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시·도지부장 등 일부 당직은 경 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일부 지구당위원장에 경선 제를 도입해 보았는데 경선 후 지구당 결속이 깨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더군요.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잡혀 있지 않으나 주요 당직자도 점차 경 선을 통해 뽑도록 할 생각이며 다음 전당대회이후 이런 제도의 정착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정부 요로에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출신들이 눈에 띄게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시각이 항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재등용에 어떤 원칙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능력이나 경험, 봉사정신이 결여된 인물을 주요직책에 등용해서는 안되며 또 그 반대의 경우가 있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습니다.
유능한 인물을 찾아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고루 부여하는 일이야말로 국가경영의 기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난날과 달리 요즘 언론에선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희화화시킨 글과 만화 등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글과 만화를 보시는지요. 보시면 혹시 화가 나시지는 않습니까.
『물론 그런 글과 만화를 나도 봅니다. 우리사회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민주화시대에 들어가 있다는 증거이자 우리언론이 누리고 있는 자유의 폭을 말해 주는 것이지요. 나 자신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이러한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을 왜곡한 글, 품격을 벗어나 인신공격 적인 글과 만화를 보고 유쾌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보다 독자들이, 또한 모든 국민이 그것을 판단하고 심판하게 될 것으로 믿고 참지요. 민주주의를 하려면 어려운 일도, 참아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주장은 다수 국민의 양식에 의해 결국 바로잡힌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정리=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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