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에게 배우는 경영] “시간관리 잘해야 유능한 임원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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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목표에 의한 관리
(management by objectives, MBO)

목표에 의한 관리는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직도 신봉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경영기법이다. 드러커는 1954년에 나온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 『경영의 실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회사와 경영자가 명확한 장기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당면 목표들을 도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필자는 드러커가 지은 원전을 토대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책 제목들은 원전의 제목을 필자의 해석대로 바꾼 것이다).

회사에는 이런 장기 목표를 세우는 일반 관리자들(general managers)로 이루어진 엘리트 집단과 전문 영역을 담당하는 관리자들(specialized managers)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드러커가 권한부여(empowerment)를 중시한다고 했는데, MBO에 대한 강조는 이것과 상치되지 않는다. 회사가 권한부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무정부 상태가 될 염려가 있고, 지휘·통제에 너무 많이 기대면 창의력이 죽는다. 회사 차원에서 장기목표를 세우고, 직원들로 하여금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경영을 효과적으로 하는 회사는 모든 비전과 노력을 공동목표로 향하게 한다. 각 경영자는 자신이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고, 윗사람은 자기 밑의 각 하위관리자로부터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또 모든 경영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력을 다하도록 그들을 자극한다. 종업원은 최고 수준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하되 그것이 어디까지나 회사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 되도록 한다.

각 경영자가 추구해야 하는 하위목표들은 이런 회사 차원의 목표(들)로부터 도출돼야 한다. 즉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최하위 관리자에 이르는 모든 경영자에게 회사의 목표에서 나온, 그리고 명확하게 서술된 목표들이 주어져야 하고, 이 목표들은 각 경영자의 부서가 어떠한 성과를 올려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부서들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부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시해야 한다. 끝으로 이 목표들은 경영자가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있어서 다른 부서들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즉 처음부터 팀워크와 팀 단위의 성과가 중시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다양한 경영자의 목표는 누가 어떻게 정해야 할까. 각 경영자는 자신의 부서가 상급부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진다. 따라서 그의 목표는 그가 속해 있는 더 큰 조직단위를 위해 무엇을 기여해야 하는가로 정의돼야 한다. 여기서 각 경영자는 자신이 이끄는 부서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해야 한다. 설사 상급부서가 그가 정한 목표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목표개발 자체는 해당 경영자의 책임이다. 각 경영자가 상급부서의 목표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목표는 상급부서 및 회사가 객관적으로 필요로 하는 바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임원이 해야 할 일

임원의 경쟁력이 회사의 경쟁력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임원이 자신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회사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드러커도 『The Effective Executive』란 책에서 효과적인 임원의 기능을 자세히 논의한 바 있다.

효과적인 임원이란 한마디로 말해 올바른 일을 해내는(get the right things done)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려면 흔히 다른 사람들이 간과한 일을 해야 하고, 또 비생산적인 것을 피해야 한다. 그는 효과적인 임원이 되려면 다섯 가지 습관을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원이 아무리 뛰어난 상상력·지식·지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 가지란 무엇일까.

1. 시간 관리:왜 바쁠까?

드러커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시간관리(management of time)다. 그는 각 임원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기록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 불필요한 시간낭비 요인을 제거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경영자가 가진 시간의 희소성에 일찍부터 주목하고 적극적인 관리를 역설한 것은 그의 큰 공헌이다.

그의 이런 아이디어는 80년대 후반 ‘전략적 성공요인으로서의 시간’이라는 개념을 낳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이 개념은 그 후 기업 경영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여기서는 경영자가 전략적 성공요인으로서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시간은 아주 귀중한 자산인 동시에 또한 골칫거리다. 시간 부족, 시간의 압력, 시간 맞추기 등은 많은 경영자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다. 만일 시간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부를 측정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경영자는 매우 가난한 축에 끼일 것이다. 이렇듯 경영자가 자신의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는 자신의 시간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시간은 대개 이런 속성이 있다.

*개인의 시간은 유한하다.
*시간은 저축할 수도 없고, 저장할 수도 없으며, 또한 재생산할 수도 없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영원히 과거 속에 파묻히고 만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은 옳지 않다. 우리는 여러 종류의 위임(delega- tion)을 ‘시간이라고 하는 타인자본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가면서 자동차 안에서 전화를 거는 등의 일을 한다면, 우리는 운전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돈을 주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시간을 쓰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경영자는 만성적인 시간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자의 많은 고민거리 중 시간 문제가 으뜸이지 않을까 할 정도다. 경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적인 경영자는 그렇지 않은 경영자보다 시간의 기회비용을 더 크게 생각한다.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시간의 경제학을 익히지 않으면 당신은 몰락하고 말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의 시간을 어떻게 할애하는가를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활동을 어느 정도 중요시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흔히 시간관리라는 개념에 의존한다. 드러커는 경영학 분야에서 이 개념을 아마 최초로 쓴 사람일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관한 책이나 강연은 수없이 많지만 대부분 빈약할 뿐이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경영자들이 부닥치고 있는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슈피겔의 모델이 좋은 예다. 슈피겔은 우리가 어떤 일을 언제 처리하느냐를 ‘중요성’과 ‘긴급성’이라는 두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림]은 슈피겔의 모델이다. 가로축은 어느 시점까지 일이 처리되어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즉, 원점에 가까울수록 일의 긴급성이 크다. 세로축은 일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슈피겔에 따르면 어떤 일이 실제로 언제 처리되느냐는 그 일이 찍히는 점-원점을 잇는 선과 가로축(=시간축) 사이의 각도에 의해 결정된다. 즉, 각도가 클수록 일이 먼저 처리된다. [그림]을 보면 α가 β보다 크므로 ‘가’라는 일이 ‘나’보다 먼저 처리될 것이다.

이 모델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급히 처리해야 하는 일에 손이 먼저 가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른바 ‘발등의 불’을 먼저 끄게 되는 원리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이런 일은 늘 존재한다. 그래서 대개 경영자들은 발등의 불을 끄는 데 너무 오래 매달리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시간관리 개념이 넘쳐나는데도 경영자들이 시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시간의 공급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스케줄을 계획적·경제적으로 잘 조정하는 것을 처방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공급 측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간의) 수요 측면이다. <계속>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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