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 영화] 개봉작 & 상영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감독:찰스 허먼-웜펠드

주연:리즈 위더스푼.샐리 필드.밥 뉴하트.루크 윌슨

장르:로맨틱 코미디 등급:12세

장점:리즈 위더스푼의 고감도 패션 감각은 여전히 즐거워!

단점:'전편만한 속편 없다'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영화

금발이 돌아왔다. 특유의 깜찍발랄함과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운 패션 감각을 자랑하며 하버드 법대에 입학했던 엘 우즈(리즈 위더스푼). 그녀가 '금발이 너무해 2(Legally Blonde 2)'로 돌아왔다. 에밋(루크 윌슨)과 결혼을 앞둔 그녀의 이번 사명은 국회에서 동물실험 반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1편의 대성공, 특히 20대 여성 관객의 열광은 이 영화가 그들의 취향과 콤플렉스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위더스푼은 누가 봐도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다. 턱도 주걱턱인 데다 몸매는 비쩍 말랐다. 때문에 남성들보다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에게 더 파고들었다. 대신 영화 속 엘은 보통 사람이라면 입을 엄두도 못내는 희대(!)의 패션 감각과 이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뻔뻔함(혹은 솔직함)을 갖췄다. 옷만 잘 입나. 공부도 잘해 하버드대 졸업 후 변호사가 되니 지적 열등감도 느낄 필요가 없다. 당당하다. '금발이 너무해2'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전편의 '바비 인형 옷 갈아입히기'를 이어나간다. 베르사체.돌체 앤 가바나.샤넬.모스키노.루이 뷔통 등 명품 브랜드가 총 출동해 다시 한번 워싱턴 국회를 핑크의 물결로 도배한다. 애견 브루저도 합세해 사람과 개의 커플 룩을 연출한다.

그러나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라고, 아무리 사랑스러운 그녀도, 아무리 환상적인 꿈이라도 비현실적인 내용의 되풀이는 짜증스러운 법이다. 현실 정치를 끌어들였다고 해도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 정치는 엘이라는 깔대기를 거치면서 현실의 빛깔을 잃고 엘의 옷처럼 핑크빛으로 덧칠해진다. 애견의 엄마 개를 결혼식에 초청하려다 그 엄마 개가 동물 실험의 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고 법안 통과를 추진하게 된다는 설정은 아무리 한수 접고 보려 해도 황당하다. 애견이 사랑에 빠진 상대 개의 주인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보수파 의원이라는 점도 마찬가지. '금발이 너무해2'는 1편만 그럴싸하게 흉내내면 될 거라는 게으름에서 빚어진 실패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