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사장 간첩사건 연루 의혹 "당시 미국에 있었다"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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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문광위의 KBS 국감장에서는 정연주 사장의 이념적 정체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鄭사장의 간첩단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해 국감장을 달궜다(본지 10월 2일자 2면).

◇간첩사건 연루 의혹=첫 질의자로 나선 이원창 의원은 30분 동안 鄭사장과 일대일 문답을 벌였다.

李의원은 "간첩 황인욱이 1993년 5월, 집행유예로 출소하는 조직책을 통해 가로 1.5㎝, 세로 24㎝ 크기의 비밀지령문을 돌돌 말아 담은 캡슐 2개를 밀반출시키려다 교도관에게 발각됐다"며 "지령문에는 '안기부가 현재 간첩 혐의를 두고 추적 중이니 행동에 조심하라'는 경고와 함께 같이 활동을 한 7~8명이 적혀있는데, 그 중 세번째에 올라있는 사람이 바로 여기 앉아있는 鄭사장"이라고 지목했다. 李의원은 "검찰이 鄭사장을 간첩 혐의자로 내사했었다고 당시 공안부 검사에게 직접 들었다"고 몰아쳤다.

이에 鄭사장은 "사건 발생 때 한겨레신문 특파원으로 미국에 있었으며, 그해 업무 협의차 잠시 귀국했을 때 신문사의 한 간부가 귀띔해줘서 내용을 처음 알았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黃씨와는 91, 92년쯤 한번 만난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황인욱씨는 KBS 측에 전화를 걸어 "쪽지의 내용은 당시 얼마만큼 사건의 조작이 있었는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李의원이 사실을 왜곡해 鄭사장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黃씨는 기자와의 추가통화에서도 "당시 양어머니와 鄭사장이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자칫 나 때문에 鄭사장이 피해를 볼 것 같아 조심하라고 알려주기 위해 鄭사장의 이름을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던 조준웅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나중에 鄭사장의 이름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며 "하지만 쪽지에 적혀있던 '누구누구를 찾아 가 보라'는 정도의 메모만으로는 범죄 혐의를 파악하기 어려워 국정원에 이를 통보해 줬다"고 밝혔다.

◇"鄭사장 있는 곳에 송두율 있다"=문광위는 KBS가 지난달 27일 송두율씨에 대해 보도한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 돌아온 망명객들'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한 시간 동안 시청했다.

정병국 의원은 "鄭사장이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있을 때 宋씨가 고정 칼럼니스트였다"며 "한겨레신문에서는 宋씨에게 '신문 면죄부'를 주더니만 KBS에서는 '방송 면죄부'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鄭사장이 있는 곳에 宋씨가 있었다"고 했다.

이윤성 의원은 "이종수 KBS 이사장이 宋씨가 초대 의장을 지낸 재독단체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의장으로 77년부터 89년까지 있었다"며 "이 때문에 공영방송 KBS가 친북 성향 인사의 영향을 받아왔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鄭사장은 "宋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94년 방북 때도 전혀 만난 적이 없다"며 宋씨와 무관함을 거듭 강조했다.

박신홍.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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