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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기능성 화장품 직접 골라 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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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호 10면

시각장애인들은 스킨, 로션, 크림 등 화장품 종류를 어떻게 구분해서 쓸까. 용기의 모양이나 크기가 같은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흔들어보고 내용물이 뭔지 짐작해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안티에이징, 리페어, 미백 등 좀 더 세분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려고 하면 단순히 흔들어보는 방법으로는 구분해 사용하기가 어렵다. 시각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필수품 중 그 기능에 맞게 선택해 써야 하는데도 쉽지 않은 것이 바로 화장품류다. 이병돈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대표는 “피부의 민감성 때문에 기능에 맞게 잘 골라 써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은 이를 구별할 방법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닥터 디퍼런트, 전 제품에 점자 표기 #이동원 대표 “업계 전체에 퍼졌으면”

점자를 표기한 닥터 디퍼런트의 화장품.

점자를 표기한 닥터 디퍼런트의 화장품.

‘다르게 만들면 달라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 닥터 디퍼런트(대표 이동원)는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의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획기적인 시도를 해 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이 회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점자 표기가 돼 있다. 제품 겉 포장지뿐만 아니라 용기 자체에 점자를 새겨 넣었다. 이동원 대표는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은 사치품이 아닌 생필품인 만큼 시각장애인들 역시 화장품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토너, 크림, 로션과 같은 단순 표기가 아닌 제품명 그대로 화장품 용기와 포장 상자 표면에 모두 점자를 표기해 시각장애인들 역시 자신의 피부타입이나 니즈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병돈 회장은 “이 회사 제품에 새겨진 점자의 돌출 정도, 간격 등이 시각장애인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돼 있다”고 평가했다. 점자 표기가 적용된 제품은 클렌저 3종, 스케일링 토너 2종, 모이스처라이저 로션 3종, 모이스처라이저 크림 3종 등 총 18개의 닥터디퍼런트 전 제품 라인이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쉽게 제품의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점자를 통해서다”라며 “피부타입별 맞춤 화장품 제품명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점자로 표기했다”고 했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소비자가 동등하게 제품의 정보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 경영적 시각으로만 보면 불리할 수도 있는 결정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회성 사회공헌이 아닌, 작지만 선한 영향력이 업계 전체에 두루 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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