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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불법파업 규탄 시위 백기투항 이끈 '시민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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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포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는 노조원들의 '백기 투항'으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는 올해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할 때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시민들이 불법에 대해 철저히 등을 돌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자 노동계에서도 분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올해 춘투(春鬪)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달라진 시민들=포항 건설노조는 태풍과 폭우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다. 사용자인 포항 전문건설협의회와 ▶토요일 유급휴무제▶임금 15% 인상 등을 놓고 협상하다 안 되자 원청업체인 포스코를 때린 것이다. 여론의 반응은 금방 나왔다. 상공회의소와 지역발전협의회 등 포항지역 35개 시민.사회단체가 '포항경제살리기 범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포스코 본사 주변에서 연일 노조규탄 시위가 열렸다.

신기창 노동부 노사조정팀장은 "과거엔 시민들이 불법 행위가 싫어도 등만 돌렸지만 이젠 적극적인 반대 의사 표시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시민반응이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 대한 대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건의서를 채택하라고 울산시를 압박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을 반대하는 지역 상공업자들에게 "할인점.식당을 이용하지 말자"고 보복했다. 영세상인들이 들고 일어나 여론이 나빠지자 노조는 슬그머니 소비 파업을 접었다. 3월 철도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일 때 시민들은 "불편해도 참을 테니 이번 만큼은 법과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철도노조는 결국 항복했다.

◆ 차별화하는 노동운동 노선=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올해 초부터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민주노총은 강경 투쟁과 파업전선 확대로 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합리적 노동운동을 앞세우며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4월 KOTRA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협력약정서를 체결했고,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국가설명회(IR)에 노동계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참여해 투자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복귀 등을 통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려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분열로 결국 사회적 대화 복귀를 접어야 했다. 물리적 투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문위원은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 우유부단 벗어나나=행정자치부.법무부.노동부 장관은 18일 공동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노조의 자진 해산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반응이 없자 20일 청와대와 노동부에서 동시에 반응이 나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불법 파업이 계속되면 강제 진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노사 중재를 할 수는 없다"고 강경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도 노조의 불법 파업을 비판했다.

이 같은 대응은 결국 포항 건설노조가 해산을 결정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기찬 기자,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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