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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반반 “자동차 50%, 비행차+로봇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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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에는 비행 자동차와 로봇 분야가 사업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2일 서울 양재동 사옥 대강당에서 가진 임직원과의 대화(타운홀 미팅)에서 그룹의 미래와 현재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물론, 향후 비전에 대해서도 평소 생각을 털어놨다.

임직원 타운홀 미팅서 미래 제시 #“사라지는 자동차 회사 많아질 것 #차만 잘 만들어선 경쟁력 없어 #보고는 메일로, 대화는 화상으로 #메일엔 파워포인트 넣지 말길”

그룹의 방향성을 묻는 말에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 자동차(PAV·Pravate Air Vehicle)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안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에서 “현대차는 앞으로 제조업체가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변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인 신재원 박사를 영입하고 그룹 내에 도심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를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고객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데, 가상으로(virtually) 연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actually) 연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사람을 원하는 곳까지 물리적으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며, 실제 연결이란 점에서 사람이 만나 대화하고 기쁨을 나누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장 자율화, 직급체계 간소화 등 최근 이뤄진 기업문화 변신에 대한 질문에도 답했다. 보고문화 개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정 수석부회장은 “수기로 하는 결제는 전부터 싫어했다”며 “메일로 전달할 내용을 보내고 화상으로 대화하면 얼굴을 맞대고 앉았을 때 쓸 수 없는 얘기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메일 보낼 때도 파워포인트 넣는 것은 안 했으면 한다”며 “몇 줄이라도 뜻만 전달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담백한 심경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2500만대가 공급과잉인 만큼, 미래 자동차 업계에선 사라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차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등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고객이 우리 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은 지난 3월과 5월 ‘자율 복장’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열린 이후 세 번째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함께 만들어 가는 변화’란 주제로 즉석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셀피를 함께 찍는 등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미팅에 참석한 한 ‘매니저(옛 직급으로 과장 이하급)’는 “이런 자리에서 수석부회장의 애칭인 ‘수부’라고 부르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많아진 것이 달라진 조직문화를 대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책임 매니저(부장 이하급)’는 “아직은 새로운 조직문화와 옛 문화가 뒤섞여 있지만 변화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며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미래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대화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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