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9)
폰카와 함께 한 모로코 사진여행(1) - 사하라 사막에서
모로코 사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목 장날 퉁소 고장난다’ 고 했나요. 첫날부터 사고를 쳤습니다. 24-70mm 렌즈를 실수로 떨어뜨려 먹통이 된 것입니다. 사진가가 여행지에서 겪는 최악의 ‘재앙’ 입니다.
사진을 찍으러 갈 때는 보통 두대의 카메라를 준비합니다. 한 대는 24-70mm렌즈, 나머지 한대에는 70-200mm 렌즈를 끼웁니다. 전자는 ‘숏 줌’ 이라고 하는데 비교적 넓게 찍는 광각렌즈고, 후자는 망원렌즈입니다.
렌즈가 탈이 나 찍고자 하는 사진의 절반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일행이 있고,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져 AS센터를 갈 수도 없습니다. 막막했습니다. 결국 기댈 곳은 폰카밖에 없었습니다. 폰카는 초점 거리가 28mm쯤 됩니다. 다행히 내가 갖고 있는 폰카에는 ‘프로기능’이 있었습니다. 조리개와 셔터타임, ISO를 수동으로 맞출 수 있고, 로파일까지 지원합니다.
희망이 보였습니다. 밤새 휴대폰을 조물락거리며 연습을 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합니다. 폰카는 모로코 사진여행 10일 동안 ‘꿩대신 닭’이 됐습니다.
사하라 사막에서도 멋진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해질녘 사하라 사막 모래언덕(sand dune)에 올랐습니다. 붉은 노을빛이 사막을 물들입니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비현실적인 색감입니다.
폰카의 터치스크린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게 해 줍니다.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만집니다. 디카보다 더 사진적이기도 합니다. 빛이 대상을 훑듯이 대상을 만지며 사진을 찍습니다.
모든 감각이 엄지로 쏠립니다. 노출을 조정할 때 마다 빛과 색이 바뀝니다. 밝게, 또는 어둡게 그 어느 지점에 눈금을 멈추고 셔터를 누릅니다. 아니, 누르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뗍니다. 폰카는 누를 때 찍히는 것이 아니라 뗄 때 찍힙니다.
후보정도 훨씬 더 섬세해 집니다. 엄지와 검지로 피사체를 늘였다 줄였다 하며 색감을 보고 톤을 조정합니다. 컴퓨터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촉각의 신세계입니다. 시각과 촉각의 콜라보, 집중이 훨씬 더 잘됩니다.
여기서 낙타몰이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우리로 치면 중고생쯤 될까요. 소년들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사진도 잘 찍습니다. 실루엣과 그림자 사진의 개념을 압니다. 소위 '그림'이 되는 곳에 낙타를 정확하게 멈춥니다. 사진을 찍게 하고, 찍어 주기도 합니다.
고객감동입니다. 투어가 끝나고 팁을 넉넉히 줬습니다. 어리지만 고삐 잡은 자의 책임과 의무, 무게감을 아는 아이들입니다. 흡족한 마음으로 그림자 셀프샷을 찍고 사막을 내려왔습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