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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상상력, 이런 사진 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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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6)

가족#1, 김경수.

가족#1, 김경수.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한다’는 뜻입니다.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는 일을 하려는 사람을 비꼬는 말입니다. 만고불변의 진리가 담겨있다는 고사성어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복제성이 뛰어납니다. 현실을 가장 비슷하게 재현해 냅니다. 사람의 눈보다 더 멀리, 더 자세하게 봅니다. 사진의 재현성은 사실에 대한 설명이나 증거, 증명에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사진은 권력’이라는 말은 바로 강력한 증거성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예술성 측면에서 보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2, 김경수.

가족#2, 김경수.

사진은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루는 매체입니다. 전통적인 사진 미학의 핵심은 발견입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그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 발견은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사진가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이를 형상화합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레토릭의 옷을 입히고, 기호를 숨기며, 메시지를 담습니다. 그리고 감상자와 해석의 게임을 벌입니다.

가족#3, 김경수.

가족#3, 김경수.

이 글의 사진은 필자가 운영하는 아주특별한사진교실 회원 김경수 씨가 찍은 플라타너스입니다. 자연의 그림은 신비롭습니다. 퇴직 후 사진에 취미를 붙인 김경수 씨는 일 년 동안 플라타너스의 문양을 찍고, 〈가족〉이라는 레토릭의 옷을 입혔습니다. 사진 속에는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의 몸동작, 부부의 모습, 부부간의 갈등과 화해도 느껴집니다.

가족#4, 김경수.

가족#4, 김경수.

사진가는 끊임없이 연목구어를 추구해야 합니다. 나무 위에서 고기를 찾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미지의 레토릭이 신선해집니다. 우리는 엉뚱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사차원’이라고 부릅니다.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이 자유롭고, 독창적이라는 뜻입니다. 이 역시 예술가에게 필요한 미덕입니다.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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