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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도 보혁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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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런 무지몽매한 행동의 저의가 무엇인가. 새 정부에서 좋은 자리 하나 안줘 항의하자는 건가."(최종원 연극협회 이사장) "최이사장이 거론한 '관변적 혜택'을 누린 사람들을 제외하더라도 성명에 동참한 분들은 90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사리분별을 못하는 철부지들인가."(정진수 성균관대 교수)

지난달 19일 "민예총 사람들에 대한 편파 인사를 묵과할 수 없다"며 연극인 1백인이 내놓은 성명을 놓고 연극계 내부에서 분란이 일고 있다. 의견이 다른 측과는 막말이 오가는 등 싸움은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최종원 연극협회 이사장이 협회 홈페이지(www.ktheater.or.kr)에 '1백인 성명'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최 이사장은 이 글에서 "1백인 가운데에는 기존의 정권에서 관변적 혜택을 누려온 연극인들도 포함돼 있다"며 "그동안 보수집단 출신의 단체장들이 온갖 혜택을 누릴 때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범석 예술원 회장, 이태주 서울시립극단장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1백인 성명을 주도한 정진수 교수는 지난 1일 협회 홈페이지에 "협회 이사장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라며 최 이사장의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 논란에 대해 대학로 현장 관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한 공연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싸움"이라며 "정권과 친해져 자리 하나 잡으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누구는 총선을 겨냥한 계산된 쇼라고 하고, 또 누구는 어느 단체장을 노리는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득권 세력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사이 우리 연극판이 죽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로의 한 연극 연출가는 "문예진흥원을 대체하는 문화예술위원회는 11명의 위원 중 연극 분야를 한명이 독식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무조건 의견 대립을 보일 게 아니라 범 연극인들이 모여 세미나를 열거나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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