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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덕에 취업했다" 인정한 헌터 바이든…"부적절한 일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ABC방송과 인터뷰했다. 15일(현지시간) 방송됐다. [방송 화면 캡쳐]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ABC방송과 인터뷰했다. 15일(현지시간) 방송됐다. [방송 화면 캡쳐]

“헌터는 어디 있니? (Where‘s Hunter?)”

트럼프 "헌터는 어디 있니" 조롱 #바이든 차남 헌터, ABC 인터뷰 #"성이 바이든이라 이사직 제안 #윤리적 관점 부적절 문제는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49)을 조롱하는 말입니다.

트럼프는 헌터가 부통령 아버지 덕분에 우크라이나와 중국 기업에 취업, 부당하게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며 연일 바이든 부자(父子)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맹공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측이 잠잠하자 지난 10일 미네소타주 유세에서는 “헌터가 완전히 숨어버렸다”며 '헌터 어디 있니' 티셔츠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지난 10일 미국 중부 미네소타주 유세에서 연단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설 도중 "헌터는 어디 있니"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탄핵에 직면한 트럼프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차남 헌터 바이든이 비리를 저질렀다며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중부 미네소타주 유세에서 연단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설 도중 "헌터는 어디 있니"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탄핵에 직면한 트럼프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차남 헌터 바이든이 비리를 저질렀다며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부자의 불법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직면했습니다.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2016년 헌터가 임원으로 있는 우크라이나 천연가스회사 부리스마가 현지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 이를 막으려 검찰총장 해임을 요구했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타게 찾던 헌터가 드디어 응답했습니다. ABC방송은 헌터 바이든과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한 인터뷰를 15일(현지시간) 방송했습니다.

헌터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외국 기업 이사회 임원으로 임명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된 판단이지만, 불법은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기자가 물었습니다. “만약 성이 바이든이 아니었다면 부리스마 이사회 이사직을 제안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헌터는 “잘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아니었을 것 같다”고 답합니다. “내 성이 바이든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에서 일어난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했습니다.

정치인 아버지 덕을 봤느냐는 질문에 많은 자녀가 본능적으로 "아니다, 내 능력으로 얻은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헌터는 “내 아버지는 미국의 부통령이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분야는 그야말로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경기를 관람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차남 헌터 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경기를 관람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차남 헌터 바이든. [로이터=연합뉴스]

외국 기업 임원직을 수락한 것은 “좋지 않은 판단(poor judgment)”이었다고도 했습니다.

“내 아버지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비윤리적인 사람들에게 빌미(hook)를 줬다는 게 나의 실수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내 책임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듯 아버지와 자신은 부적절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내가 잘못을 저질렀느냐고요? 넓게 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부통령인 아버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에 외국 기업에 들어갔다는 점 자체는 잘못이라고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윤리적 관점에 기반을 둔 실수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한 번도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라고도 했습니다.

에너지 전문가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지역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부리스마 임원을 맡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변호사 출신이고, (미국 철도회사) 앰트랙 이사회 부회장과 유엔식량계획 이사회 회장을 지냈다”고 말했습니다.

급여로 한 달에 5만 달러(약 6000만원)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일반 시민이고,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 보도된 거 아니냐”고 답했습니다.

알코올 중독과 약물 문제로 재활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는 헌터는 트럼프의 공격이 맨정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주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틀 전 헌터는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외국 기업에서, 또는 외국 기업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외국 관련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 분명히 약속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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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의 갑작스러운 언론 등장은 그의 문제가 바이든 후보의 선거 유세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바이든 캠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현지시간 이날 밤 열리는 민주당 대선 TV 토론회 전에 차남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캠프 내부에서 나와 성사됐다는 겁니다.

민주당 후보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대선 레이스 시작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민주당 내 경쟁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의 지지율이 바이든을 앞섰습니다.

트럼프의 공격이 성공해 헌터가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지, 이번 해명 인터뷰가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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