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또 찍고…다른 병원서 온 환자 21% CT 재촬영

중앙일보

입력

한 대학병원의 MRI장비. CT,MRI 재촬영이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학병원의 MRI장비. CT,MRI 재촬영이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CT(전산화단충촬영)·PET(양전자단층촬영장치)·MRI(자기공명영상진단기) 등 고가의 진단·검사 장비의 34%가 10년이 지난 노후 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긴 환자의 21%가 CT를 다시 찍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연간 190억원의 재정이 낭비되고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RI는 10%가 재촬영 #남인순 의원 국감자료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CT는 2013년 1891대에서 올 7월 2027대로, MRI는 1228대에서 1612대로 증가했다. PET는 207대는 196대로 다소 줄었다.

CT는 인구 100만명 당 2016년 37.5대에서 38.2대로 늘었다.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CT는 27.3대이다. 한국이 10대 이상 많다. MRI는 한국이 29.1대, OECD가 16.8대이다. PET는 한국 3.9대, OECD 2대이다.

남인순 의원은 “고가 영상장비가 OECD 회원국에 비해 과잉·중복 투자돼 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진료와 입원을 초래하고,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나 국민 건강이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의료비가 상승하고, 건강보험 재정이 과다 지출될 우려가 높아서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급돼 있는 CT 2027대 중 5년 미만이 643대, 5~10년 미만이 670대, 10~15년 미만이 532대, 15~20년 미만이 290대, 20년 이상이 52대이다. 12대는 미상이다. MRI 1612대 중 498대가 10년 넘었다. CT·MRI·PET 3835대 중 10년 지난 것이 1300대이다. 열 대 중 3대 이상이 10년 넘은 노후 장비다.

노후 장비로 촬영했다가 해상도가 떨어져 다른 병원에서 재촬영하는 환자가 증가한다. 환자가 병원을 옮기면 그 전에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것을 활용하지 않고 재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병으로 다른 병원에서 가서 30일 이내에 다시 CT를 찍은 게 2013년 12만6771건에서 2017년 15만2838건으로 늘었다. MRI는 1만650건에서 1만2492건으로 늘었다.

남인순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한 ‘고가 의료장비 재촬영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 전원환자의 재촬영률이 CT 21.1%, MRI 9.8%, PET 1.9%나 되는데, 이는 CT와 MRI가 전년도보다 각각 1.3%p, 0.4%p 악화된 반면, PET는 같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최근 고대안산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 소아청소년기에 CT 검사를 한번이라도 받은 경우, 암 발생이 1.5배 증가했다”며 “적은 양이라도 피폭은 피하는 게 좋고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