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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정경심 남매 1억7100만원 자문료, 전형적인 횡령 수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자택에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자택에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는 사기 피해자일까, 횡령 공모자일까. 검찰이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 교수가 영어교육업체 WFM에서 자문료를 받은 행위가 횡령·뇌물 사건에서 불법 이득을 취하는 전형적 수법과 닮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WFM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펀드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다.

자본시장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11일 “이런 사건에서 회삿돈을 빼돌릴 때 대여금·자문료·고문료 등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며 “적법인 듯 형식만 꾸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

가령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 직원이 대출·투자 업무를 도와준 대가로 뇌물을 받을 때 지인 명의의 유령 컨설팅 회사를 세워 상대 회사와 계약한 뒤 돈을 입금하게 하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부인 등 가족 명의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영어 교육 업체였다가 2차 전지로 사업을 확장한 WFM.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자문료로 1400만원을 지급했다. 김민상 기자

영어 교육 업체였다가 2차 전지로 사업을 확장한 WFM.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자문료로 1400만원을 지급했다. 김민상 기자

검찰이 지난 7일 공개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기소)씨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코링크PE와 정 교수의 동생 정모씨가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을 하게 한 뒤 회사 자금을 유용해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정씨 계좌에 매달 860여만원씩 총 1억5700여만원을 지급했다. 검찰은 이를 코링크PE 유상증자에 5억원을 투자한 정 교수와 정씨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봤다.

검찰,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 적시  

또 정 교수는 WFM에서 2018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총 1400만원을 영어교육사업 자문료로 받았다. 전 WFM 직원은 “자문 계약서가 있다. 자문료를 받은 것은 확실하다”며 “정 교수가 교육사업부 자문 미팅을 위해 WFM에 온 건 알고 있지만 실제 자문 활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WFM 전직 임원은 “정 교수를 회사에서 봤다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WFM 영어사업 파트너인 유명 영어 강사 A씨는 페이스북에 “그 교수님께서 영문학자로서 어린이 영어교육 사업 전반에 대해 어떠한 자문을 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이 회사로부터 언어공학연구소 소장이라는 타이틀을 받은 입장에서 저는 이와 관련하여 회사 측으로부터 일체 들은 바도 없고 아는 것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자문료와 관련해 지난 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조범동씨가 영어를 봐달라고 했다. 조씨는 그 사업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그걸(자문) 통해서 교수님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며 “실제로 과제를 만들어 보내준 것을 제가 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문료 논란이 일자 지난달 페이스북에 “영문학자로서 회사로부터 어학 사업 관련 자문위원 위촉을 받아 영어교육 관련 사업을 자문해주고 자문료로 7개월 동안 월 200만원씩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자문료 관련 곳곳에 의심 정황”

김 변호사는 “정씨의 경영 컨설팅, 정 교수의 영어사업 자문이 실제 이뤄졌는지 서류 등 객관적 증거로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 활동이 없었다면 불법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소장에 따르면 동생 명의로 코링크PE에 투자했는데 그 회사가 아닌 WFM에서 이익을 얻은 점, 동생과 정 교수 둘 다 자문료 형식으로 돈을 받은 점 등 곳곳에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정 교수가 조씨와 공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검찰은 허위 컨설팅 계약으로 정 교수가 수익을 보장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했지만 수사에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조씨와 구체적 공모 정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검찰이 조씨에게 공동정범(2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하는 것)에 관한 형법 제30조를 적용한 것은 정 교수를 공동정범으로 기소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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