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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늘어도 저축 외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돈의 흐름이 크게 뒤틀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중 기업들은 돈에 쪼들려 꺾기 예금까지 강요당하며 단자·신탁 등 고리의 자금을 얻어 대느라 고생을 하는 동안, 일반 가계는 소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크게 늘려 저축을 등한시했고 그나마 은행예금은 외면한 채 주식·수익증권·신탁 등 수익이 높은 상품에 의한 재테크(돈굴리기) 에 열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은이 발표한 올 상반기 중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금부족 분은 7조5백9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4조9천4백86억 원보다 42·6%나 늘어났는데도 가계부문이 여유자금으로 남겨 준 돈은 올 상반기 중 5조2천1백4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5조5천9백50억 원보다 오히려 6·8%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가계부문의 여유자금이 기업들의 모자라는 돈을 메워 주고도 남았는데(부족자금보전 율 1백13·1%) 올 상반기에는 가계의 여유자금을 다 긁어모아 봐야 기업의 부족자금규모에는 턱없이 모자라게 되었다는 얘기다(보전 율 73·9%).
이같은 현상은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86년 하반기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더구나 가계는 여유자금을 굴리면서「저축」보다는「돈놀이」에 치중, 올 상반기 중 늘어난 전체 가계자금운용 13조3천4백31억원 중 ▲은행예금은 5%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 ▲주식은 31·2% ▲수익증권은 16·2% ▲보험·신탁 등 제2금융권예금은 39·7%로 그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중에는 가계부문의 총 자금운용 9조6천9백79억원 중 ▲은행예금이 14·5% ▲주식이 20·9% ▲수익증권이 13·4% ▲제2금융권예금이 36·2%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돈놀이」바람이 얼마나 거세어졌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대출 받아 주식 산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이다.
농어촌에서도 공 금융에서 돈을 대출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러는 동안 기업들은 주식·회사채·어음 등을 통해 직접 금융조달을 크게 늘렸음에도 불구하고(88년 상반기 9조9천9백69억 원→89년 상반기 12조6백59억 원) 자금이 턱없이 모자라 단자·보험·신탁 등 고리의 대출에 크게 의존했다 (88년 상반기 2조3천5백50억 원→89년 상반기 4조4천2백20억 원).
더구나 기업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상태에서 강요 성 꺾기 예금(양건예금)이 성행, 자금이 크게 달린다 면서도 올 상반기 중 신탁, 예금은 2조2천4백63억 원, 기업어음매입은 4조6천7백36억 원이나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개인부문에 확산되는 과소비와 돈놀이 풍조도 큰 문제지만, 총통화증가율만 끌어내리면 된다는 식의 통화관리가 자금시장의 뒤틀림을 부추기고 말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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