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법조반장 "유시민 주장과 KBS 입장, 어쩜 이리 똑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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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여의도 사옥. [연합뉴스]

KBS 여의도 사옥.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의 KBS 인터뷰 논란과 관련해 담당 기자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KBS 법조반장인 A 기자는 10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8일 “KBS 법조팀이 김경록씨를인터뷰했지만, 방송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내용을 검찰에 흘린 것 같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다.

A 기자는 지난달 10일 김 차장과의 인터뷰가 성사되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인터뷰 당시 정 교수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보도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김 차장도 이에 동의했다”며 “향후 본인의 방어권 행사에서 불리할 수 있으니 검찰 조사에서 아직 얘기하지 않은 부분은 인터뷰에서도 말하지 말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크로스체크는 취재의 기본…검찰 내통 아냐”  

A 기자는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흘린 것 같다는 주장에 대해 “피의자이자 사건 일방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크로스체크는 취재의 기본이라 배웠다”고 반박했다. “김 차장은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피의자로, 당시 한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상태였고 얼마든지 정 교수나 본인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다.

A 기자가 검찰에 확인했다고 밝힌 내용은 두 가지다. 그는 “정 교수가 2017년 초 자산관리인에게 먼저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왔다는 내용이 취재됐는데 검찰이 확보한 자료나 수사 내용에 비춰 사실에 부합하냐는 것과 정 교수가 사전에 사모펀드 내용을 알았다면 이것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느냐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두 질문에 대해 검찰은 모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검찰 확인 과정에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얘기했다거나 검찰이 알지 못하던 내용을 전달한 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검찰도 바보가 아니라면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에게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갔다’는 내용을 저희가 어디서 취재했을지는 눈치챘으리라 생각한다. 자산관리인을 만나 들은 이야기냐고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분이 잘못이라면 자신관리인의 주장을 아무런 확인도 없이 그냥 (인터뷰로) 내보내야 했던 거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 이사장의 ‘말 바꾸기’도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애초 ‘김 차장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가 안 됐다’고 했다가, 방송된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는 ‘일부 내용만 검찰 입맛에 맞게 보도한 게 어떻게 보도한 거냐’라고 말을 바꿨다”면서다.

김 차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정 교수는 코링크도 알고 있었고, 코링크가 투자할 회사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범동이 다 꾸민 일이고 정 교수는 속았던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또 “‘정 교수가 당하신 것 같구나’는 생각을 했다”며 “그때 조금 더 내가 더 알아보고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게 좀 후회된다”는 말도 했다고 A 기자는 밝혔다.

이에 대해 A 기자는 “‘당하신 것 같구나’라는 건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으로,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주관적인 판단은 가급적 배제하고 직접 보거나 들은 이야기를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김 차장의) 주관적 판단이었다는 게 드러난다면, 그때 우리 보도는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라며 “이러한 판단을 ‘검찰 내통’이라는 지극히 자극적인 언어로 재단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유시민 주장, 명백한 허위 사실…KBS는 왜 법적조치 망설이나”

A 기자는 KBS에 대해서도 “단지 조국 장관 수사 관련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들이 집단 린치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동안 회사는 어디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또“유 이사장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는데 회사는 왜 민·형사상 조치를 망설이고 있는가”라고도 했다.

KBS는 인터뷰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담당하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조사위를 구성해 인터뷰 내용 유출 여부 등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기자는 “우리도 알지 못하던 회사의 공식 입장문이 나가던 시각,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었고 매우 공교롭게도, 유 이사장이 이런저런 조치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회사 입장문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회사 임원진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 유 이사장에게 이런 조치를 미리 알려줬거나, 유 이사장과 상의를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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