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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공해가 늘고있다|전기·전자기기서 발생 타 기기 작동에 장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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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자파 공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전기·전자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무실·공장·가정에 이르기까지 각종 전기·전자기기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들 기기에서 발생되는 불요전자파가 다른 기기에 장해를 줌으로써 인명사고 유발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있다.
전자파 발생의 현황과 대책에 대해 한국전자파 환경연구협의회 이중근 회장(44·한양대전자공학과 교수)에게 들어본다.
컴퓨터나 VCR·레인지 등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자파가 발생하고 이들은 기기 상호간에 간섭현상을 일으켜 오동작을 유발하고 성능저하를 초래한다.
송신탑에서 발사된 특정주파수가 항법장치를 교란할 경우 송신탑 근처를 비행하는 항공기가 갑자기 추락,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82년 자동화 공장에서 정지해있던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는 바람에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몇 년전 서울강남 모 아파트에서 전자파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정지해 어린이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한일이 있었다.
이밖에도 컴퓨터 작동시 근처의 라디오가 작동되지 않는다든가 VCR를 볼 때 TV화면에 줄무늬가 나타나는 현상, 전자식 조명조절기나 전기장판 사용시 라디오의 잡음증가 등 불요전자파 공해는 수없이 많다.
얼마 전 수출된 국산자동차가 카 라디오 작동시 전자식 정속도 주행장치에 이상이 생겨 문제가 된 일도 전자파 장해의 예가 된다. 이로 인해 기억된 정속도가 지워지거나 더 가속돼 사고의 원인이 될수 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채용한 전자식 연료분사 장치나 미끄럼방지 제동장치도 마찬가지로 장해를 받을 수 있다. 페이스메이커(인공심장 박동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사고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전자파 장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외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제품에 대해서도 엄격히 규제하고있다.
기기 자체에서 불필요한 전자파가 기준치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고 외부로부터의 전파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차폐 장치나 전파내성을 갖는 필터를 부착하고 있다.
기기에서 발사되는 전자파를 이용한 도청도 가능하기 때문에 주한 미8군만 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해 주요 통신기나 컴퓨터를 비롯, 전동 타자기를 작동할 때는 쇠로 씌운 특수한 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국내에는 전파관리법·전기용품 안전관리법 등에서 일부전기·전자기기에 대한 허용 잡음치를 제정, 규제하고 있으나 규제범위가 국제기준치에 비해 너무 좁고 메이커 측이 수출품에만 적용할 뿐이어서 내수용 전자제품은 전자파 발생에 대해 거의 무방비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전자파 환경도 물이나 공기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기존의 규제법 보완, 불요전자파에 대한 국가인증제도 실시를 위한 야외시험장과 전파암실 등을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지원 기구도 시급히 설치해야 하며 이것은 국내상품의 국제적인 신뢰성 획득은 물론 저질외제 기기의 국내유입을 막는 길도 된다고 강조했다.
전자파 장해현상을 검사하는 전파암실의 경우 일부 대기업에만 있을 뿐이어서 중소기업제품의 불요전자파 시험을 위한 전문서비스업도 필요한 실정· 이 회장은 또 전자파 장해를 직접 방사하거나 전도하는 등 피해를 줄수 있는 기기를 제작·수입할 때는 체신부장관이 시행하는 장해검정을 받아야하며 검정합격 표지를 부착한 후 판매토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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