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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3·4번 갱도 복구 가능”

중앙일보

입력

박한기 합참의장이 8일 지난해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상황에 따라 보완하면 살릴 수 있는 갱도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풍계리 핵실험장의 원상복구 가능성이 거론된 적은 있지만, 군 당국이 이를 인정한 건 처음이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8일 서울 용산구 합참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8일 서울 용산구 합참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장은 이날 합참 국정감사에 출석해 “풍계리에 4개의 갱도가 알려져있는데, 1·2번 갱도는 다시 살리기 어렵지만 3·4번 갱도는 상황에 따라 다시 보수해서 쓸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핵실험 재개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다. 김 순회대사는 지난 5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의 결렬 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가 유지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며 “결렬은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의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전체가 아니라 입구 정도만 폭파된 것 같다는 언론보도가 당시 나왔는데, 이게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그 상태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곤란하다”면서도 “재사용하려면 수주에서 수개월 정비해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에 이어 발언권을 얻은 김영환 국방부 정보본부장 역시 “전문가들 얘기로는 어느 정도 복구 작업 통해 (핵실험장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거라 한다”며 “현재까지 (북한의) 복구 움직임은 없지만 어느 정도 복구 작업을 실시한다면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 폐쇄를 둘러싼 의문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8월 미 국무부는 '2019 군비통제·비확산·군축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거의 확실히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북한 당국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국제 사찰단의 관측과 검증을 허용하지 않는 건 추가적인 핵실험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하겠다는 북한의 장기적 약속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모습을 취재진에게 공개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 검증은 허용하지 않았다. 당시 군 안팎에선 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 폐쇄 검증의 관건은 3·4번 갱도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핵실험이 진행된 1·2번은 과거형 갱도이지만, 3·4번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기 위해 대비한 미래형 갱도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지적에도 군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박 의장은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9·19 군사합의 내용을 북한이 일부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해상 완충구역 내 해안포 포문 개방 행위에 대해서다. 박 의장은 “9·19 군사합의 시행 초기에는 1일 2~4문 정도 개방행위가 있었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항의해 최근엔 많이 개방하는 날은 2문 정도”라며 “개방을 하더라도 해안포엔 포신 덮개를 규정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동굴 내부에 습기가 차거나 해서 환기 목적으로 개방하는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선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100%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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