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태지역 군비경쟁 우려"|카피차 전 소 외무차관 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다음은 소련 과학원 동양학연구소장 카피차 전 소련 외무차관이 오는 15일 서울 호텔 신라에서 행할 강연「변화하는 동서관계와 아태지역 상황」가운데 아태지역 부분의 요약이다.
아시아 대륙과 남서태평양 지역은 지구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 인구의 고향이다. 이 지역에는 사회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후진국을 포함하는 50개 국가가 자리잡고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재미 김일평 교수가 주장한 대로 미·소·중국의「전략적 3각형」
관계에 있다. 아태지역 국제환경은 이 관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태 지역의 상대적 소국들은 동등한 발언권을 가져야한다.
아시아 대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 동안 분쟁이 그친 일이 거의 없다.
2차대전 후 아시아지역에서 38회의 군사분쟁이 발생했으며 특히 중동에서 5차례의 전쟁을 비롯, 한국전쟁, 인도차이나 전쟁, 두 차례의 인도·파키스탄 전쟁, 그리고 이란·이라크의 페르시아만 전쟁 등 주요 분쟁이 있었다.
또한 4개의 군사분쟁은 1980년대에 발생한 것이며 폭발 가능성을 내재하는 한반도의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광대한 태평양과 최근 들어 인도양이 점차 군사 및 정치분쟁의 장소가 되고 있음도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다.
인도양에는 미군기지가 3백50군데나 되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기지에도 핵미사일·체제가 배치돼 있다.
미국의 태평양 함대는 핵미사일 장착전함 1백80척과 핵공격이 가능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군비는 국민총생산(GNP)의 1%를 넘어섰으며 이 군비는 규모에서 엄청나 일본자위대는 얼마 가지 않아 대규모의 군대가 될 가능성을 증명하고있다.
이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급격한 군비경정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아시아 태평양지역 안보문제는 아시아-태평양회의의 창설로 해결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아태지역 안보를 위한 아태회의는 ▲역사적 분쟁관계, 편견, 국경분쟁, 대륙붕 문제 등 국가간 갈등요인 제거와 ▲정치적 조언, 무역·경제·문화 접촉을 통한 정치적 수단에 의한 무력사용 위협의 제거 ▲이 지역 국가의 상호의존 존중, 국토의 일체성, 평등, 내정불간섭 ▲군사력 감축이 선행돼야한다.
소련은 어떤 타국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약속이며 아시아국가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상황은 완전한 안도의 상황도, 특이한 경각심을 야기하는 상황도 아니다.
개인 견해로는 남북한간에 분쟁이 발생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분쟁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왜 남북한간에는 최고의, 그리고 다른 모든 수준에 이르는「협상의 가교」가 서울 평양사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지 의아하다.
협상은 신뢰를 구축하는데 최상의 수단이다. 이 같은 협상은 주한미군의 철수, 한반도의 비핵지대화가 이루어지고 북한이 제의한 바대로 남북한 각각 10만명씩의 군사력 감축으로 출발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은 남북한간의 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소련은 태평양이 미국의 호수가 되는 것은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강력한 태평양국가로 탁상하고 있으며 일본도 해군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태평양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소련은 미소 중거리 및 단거리 핵미사일 폐기협정에 따라 4백36기의 미사일을 폐기할 것이며 이미 발표한 육군병력 50만명 감축계획에 따라 극동지역 12만명을 비롯 아시아 지역에서 소련군 20만명을 감축할 것이다.
이는 소련군사력의 3분의1 감축을 의미하며 태평양함대도 16척의 전함을 폐기할 것이다.
소련은 아시아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동아시아의 비핵지대를 준수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