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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감염 가래’ 고속버스 택배로 이송한 질병관리본부

중앙일보

입력

[중앙포토, 연합뉴스]

[중앙포토, 연합뉴스]

북한이탈주민의 결핵검사를 위해 채취된 객담(가래)이 지난 3월까지 일반택배로 분류돼 다른 화물과 함께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100명중 1명꼴로 결핵균이 발견된 위험한 검사 대상물임에도, 매주 고속버스 화물칸 통해 운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북한 이탈주민 건강관리사업 결핵 검체 운송 체계변경’ 자료에 따르면 결핵균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이탈주민에게서 채취한 객담은 매주 택배를 통해 질병관리본부로 보내졌다.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는 ‘시흥연수원’에서 ‘안산터미널’로는 지역 택배업체가 이송했고, 안산에서 청주로는 고속버스 화물칸에 다른 손님들의 짐과 일반 화물과 뒤섞여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 청주터미널에서는 퀵서비스에 의해 질본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이 함께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북한이탈주민의 건강검진 및 결핵양성자 현황’을 살펴보면 5년간 총 6846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들어왔고, 이 중 68명이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의 결핵 연례보고서는 북한의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은 513명(비율로는 0.5%)으로 파악했지만, 실제 국내에 들어온 북한 이탈주민들의 결핵 발생률은 WHO예상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균이 들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도, 객담을 담은 포장은 매우 허술했다. 질본은 “감염성 물질 안전수송 지침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의원은 “플라스틱통(1차용기)에 객담을 넣어 비닐백(2차용기)에 밀봉하고, 보냉팩과 완충재등을 함께 넣어 스티로폼 박스(3차용기)에 넣는 것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3차 용기는 ‘수송 중 물리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있는 용기’를 사용하라는 규정이 있는데도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했다.

질본은 지난 2004년 국정원으로부터 북한 이탈주민의 건강검진 사업을 위탁받았고, 올해 3월까지 허술한 객담 이송을 15년 넘게 계속해왔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발생했다면 일반시민과 택배 배송원 등에게 결핵균에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 의원은 “감염병을 막아야 할 질병관리본부가 안일한 관리로 오히려 감염병을 퍼트릴 뻔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결핵균이 들어있는 위험물질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터미널로 이송하고, 일반화물과 뒤섞어 사람들이 타고 있는 고속버스로 운송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올해 3월까지 매주 반복되었던,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질본의 허술한 전염병 관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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