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개념 이렇게 실시돼야 한다(대담)②|투기 근절되게 재산세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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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윤한도 내무부 지방세제국장=근간에 부동산 과표와 관련, 현실적으로 과표가 시가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는 부동산 과표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재산세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에 온 국민의 관심사지요.
▲조익순 고대교수=과표 현실화 문제는 토지공개념 문제와 얽혀 있어 정부측도 고민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과표 현실화 문제는 무엇보다 신중하게 다뤄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1년 사이 계획을 3번씩이나 바꾸려 하는 것은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윤 국장=당초에는 5개년 계획으로 토지의 경우 88년의 32·9%에서 94년에는 50%로, 건물은 47·9%에서 60%까지 과표를 현실화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를 다시 수정해 94년에는 60%로 한다는 안이 나왔지요.
그후 지가상승과 부동산투기 억제라는 목표가 더해지면서 5개년 계획을 3개년으로 단축한다는 안이 검토됐었으나 결국 너무 성급하다는 판단 아래 5개년 계휙대로 추진키로 했습니다.
▲조 교수=세율도 문제지만 우선 부동산 과표를 현실화해서 지가상승이나 부동산 투기억제 효과를 노린다는 것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재산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보유세 입니다.
땅 1평·집 한 칸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내야되는 세금입니다. 부동산 투기는 국민 극소수가 하는 것으로 이것을 막기 위해 온 국민에게 무거운 세금을 내도록 한다는 것은 발상부터가 잘못 된 것이라고 봅니다.
또 재산세를 무겁게 부과한다고 해서 땅값이 적게 오르리라고 보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구요. 다만 우리 나라의 경우 특히 도시지역의 부동산 과표가 농촌보다 크게 낮아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한 현실화는 불가피 하다고 봅니다.
▲윤 국장=부동산의 경우 지역간, 도·농간, 지목별 토지 과표 불균형이 우선 시정되어야할 문제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금년 1월1일 현재 토지 과표의 전국평균은 32·9%이며 지역별로는 서울시가 23·0%인데 비해 지방평균은 41·2%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지목별로도 대지는 29·1%인데 비해 논(답)은 43·5%로 불균형이 심해 이를 해소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토지에 비해 건물은 전국 평균이 47·9%로 비교적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과표 현실화는 이번에 처음 얘기된 게 아니라 조세가 생긴 이래로 세율·산출근거 등과 맞물러 항상 대두됐던 문제입니다. 과표는 일시 점에서 고정되는 게 아니고 땅값·건물값 변동에 따라 그에 맞게 수정되게 마련이니까요.
▲조 교수=현실적으로 토지 과표가 도시가 농촌보다 낮고 대지가 농지에 비해 낮다는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국민들한테 방아 들여질 때는도·농간 또 지목별 격차를 심화시켜 불공평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부당국이나 언론에서도 올바로 이해를 시켜야 할 것입니다.
▲윤 국장=과표 조정에서 뒤 처진 부분은 빨리 쫓아가고 지역간 차이를 가급적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도·농간에 깊은 골이 패여서는 안 되겠지요.
▲조 교수=과표 현실화의 기간도 문제입니다. 현재 전국평균 32·9%인 토지과표를 94년까지 60%로 인상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입니다.
내무부의 계획을 보면 매년 5∼14%씩 높인다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이것을 3년으로 단축해 내년부터 매년 10%씩 현실화한다고 주장한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 일 뿐입니다.
현재의 재산세가 2천여 억원 정도인데 60%가 될 경우누진으로 1조원이 넘는 큰 액수가 됩니다. 국민부담이 5배나 늘어나는데 따른 조세저항도 심각할 것 아닙니까.
▲윤 국장=저희들도 그 점을 고려해 3개년 계획은 검토 단계에서만 그쳤습니다. 재산세는 가급적 국민합의 속에서 징수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우선 내년 1년 동안의 시행경과를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종합토지세 실시 첫해인데다 토지공개념 문제까지 겹쳐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내년 시행 결과에 따라 도저히 5개년 계획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이를 수정할 용의도 있습니다.
▲조 교수=일부 국민들은 현실화가 되면 마치 부자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거저 나눠주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현실화를 주장하는지 모르지만 5개년 계획에 따른 과표 현실화율 60%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높은 세율 아닙니까.
▲윤 국장=이론적으로는 과표 현실화 율이 1백%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우리 보다 잘 못 사는 후진국의 경우 20∼25%정도이고 조금 잘 사는 선진국은 대개 30∼35%쯤입니다. 높은 나라는 45%도 있긴 합니다만….
▲조 교수=위정자들은 시민들의 여론을 잘 들어야 됩니다. 얼마 전 재산세에 따른 여론조사를 신문에서 봤는데 현재의 재산세 부담이 많다, 적당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73%였습니다.물론 세금은 적게 낼수록 좋아하겠지만 정부가 과표를 올려 투기를 막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윤 국장=과표 현실화문제는 환자의 치료와 같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즉 환자에게 빨리 나오라고 온갖 주사를 한꺼번에 놔주고 양약·한약 가릴 것 없이 투약한다면 오히려 법을 악화 시키든가 환자가 회생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그때 알맞은 처방으로 충격을 최소화해야 되겠지요.
과거에는 계획 없이 시장·군수·구청장이 시·도지사의 승인만으로 과표를 정했기 때문에 지역간 불균형이 심했지요.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일괄 조정·통제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94년까지 60%선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금년 중반까지 1년간 땅값이 전국평균 36·6%가 뛰었다니 매년 이런 식이라면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나 땅값은 대개4∼5년 주기로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어 94년까지는 비교적 안정되리라고 예상하고있습니다.
▲조 교수=과표 현실화가 주는 영향은 지금까지 토지만 갖고 얘기했지만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단독주택까지 현실화할 때 국민들에 주는 충격이 엄청나리라고 봅니다. 자칫 사회불안요소로 작용할 우려도 있고….
과표 현실화 문제는 한번도 시행해보지도 않은 채 3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언제 또바뀔지 모르는데 행정의 신뢰성 회복도 시급합니다.
▲윤 국장=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서는 많은 의견이 나와 보완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겠지요. 특히 내년에는 종합토지세가 시행되는 첫해이기 때문에 모든 세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종합토지 세제마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흔들릴 위험이 있어 정부가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조 교수=행정의 신뢰성 회복은 세금을 한꺼번에 대폭인상하지 않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조세란 계속 과세되면 납세자는 이를 관행으로 생각하고 적당한 부담으로 여기게 됩니다. 국민들은 올해 이만큼의 세금을 냈으면 이를 근거로 내년에는 얼마큼 내겠다고 예측도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저항을 하게되고 결국 행정을 믿지 않게 된다는 뜻이지요.
▲윤 국장=저희들이 검토하는 중에 서울 도심 한복판의 경우 종합토지세로 금년보다 무려 20배 이상 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적이 있습니다.
저희들도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보완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조 교수=급격한 과표 현실화는 법정세율을 무력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국회에서 아무리 법으로 세율을 낮춰도 정부가 과표만 올리면 국민들은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는 모순으로 정치 쟁점화 할 우려도 있지요. 결국 과표가 법정세율을 좌우하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또 갑작스럽게 세금을 많이 올리는 것은 어떤 면으로는 소급 과세금지 원칙에도 어긋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기록=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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