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체제의 마지막 기회-여야, 정기국회의 중대성 인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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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 개회된 80년대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여러모로 과거 어느 해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고있다.
우선 무엇보다 이번 정기국회는 9O년대의 우리 삶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엄청난 중대성을 지닌 대형의안들을 대량 처리하게 되어 있다. 토지공개념의 입법문제를 위시해 각종 비민주적 악법의 개폐문제, 지방자치제 관계법과 남북교류 특별법의 입법문제, 노사관계를 재 규정할 노동관계법의 개정문제, 전교조문제…등 이루다 예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많은 사안들이 이번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5공 청산과 광주문제도 이번 국회에서는 어떻게든 결말을 보아야 할 문제다.
이런 문제들은 하나같이 이번 국회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9O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달라질 문제들이다.
또 이번 국회는 현 4당 체제가 그대로 존속하느냐, 달라지느냐를 가름할 분기점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 현 4당 체제는 지난 1년 반의 경험으로 본다면 문제해결의 능력이 없는 구조인데다 서경원 의원사건 등 허다한 문제점만 노출함으로써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결론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만일 이번 국회에서까지 무능·표류를 계속할 경우 4당 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달라지지 않을 수 없고 새로운 정계 질서의 대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정기국회에 임하는 정치권의 책임은 막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대형의안들을 가장 합리적으로 중지를 모아 처리해야 하고 스스로의 유효성을 실증해 보여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작년 4·26총선 직후 각 당이 다짐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 각 정당들은 공안사건과 독직사건 등에 얽혀 각종 현안들에 대한 이견은 엄청난데도 그것을 절충해보려는 성의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다시 흘러간다면 대형의안들의 처리마저 부실해지거나 다시 늦춰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이제부터라도 모든 대화채널을 총 가동해 정기국회 운영을 정상화하는데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해 나가는데 있어 여야는 좀더 성숙되고 대승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사안 하나 하나의 세분된 이해타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대화를 해봐야 될 턱이 없다. 정기국회의 원만한 운영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는 5공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당략적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일로 오늘의 우리가 분열되고 불행해지는 현상은 지난 1년으로 충분하다. 여야 모두 여론의 화살을 감수한다는 각오로 문자 그대로 「마음을 비운」타결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국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의원품위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의원의 도덕성을 의심받게 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사건·사고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원윤리에 관한 기구와 규칙들을 시급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 걸린 엄청난 중대성을 자각한다면 정치권의 모습은 정기국회 초부터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속도감 있는 대화와 협상, 대국적인 타결과 과감한 상대방안의 수용 등이 속속 가시화돼야 한다. 그리하여 의정의 능률성과 성실성을 여야는 국민 앞에 보여 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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