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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잠잠해지자 독직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직자 비리조사가 광범하게 진행되더니 마침내 국회의원 독직사건이 터져 나와 공안정국에 이어 또 정가가 어수선하다.
민주당 박재규 의원의 수뇌 설에 대해 민주당 측은 이번 사건이 당에 줄 영향을 분석하는 등 긴장된 상대인데 부정·비리에 관련된 야당의원들이 더 있다는 소문에 다른 야당들도 사태진전을 초조하게 주시하는 표정들이다.
야당 국회의원 조사가 공안정국에 이은 또 하나의 정부측 강경 의지의 표현인지, 아니면 단순한 부정사건인지 아직 불분명한데 사태의 발전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큰 파문을 던질 것 같다.

<″후원금일뿐〃 해명>
7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에 도착한 뒤 목동 집에 들렀다 종적을 감췄던 박 의원은 8일 오전6시50분쯤 상도동 김영삼 총재 집을 찾아와 1시간 여에 걸쳐 김 총재에게 경위를 설명.
박 의원은 총재와의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뇌물수수나 대출관게 사례는 결코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하면서 다만 친구이자 정치적 후견인이나 다름없는 이건령 방제협회장으로부터 『후원금조로 돈을 얻어 썼을 뿐』이라고 해명.
박 의원은 이어 당사에서 오전9시부터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 사실여부를 해명했는데 『검찰이 소환할 경우 이에 응해 진위를 밝히겠다』고 입장을 표명.

<강경 방침 일단유보>
박 의원이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초상집같이 침통한 분위기.
7일 밤 시내 회현동 모 음식점에서 방 소 의원들 일행과 저녁을 하고있던 중 강삼재 대변인으로부터 신문보도를 전해들은 김 총재는 즉시 회동을 중단시키고 당직자들과 함께 상도동으로 귀가, 오후11시 무렵까지 대책을 숙의.
그러나 박 의원이 김포공항 및 목동 집에 도착했다는 사실만 전해질뿐 박 의원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는데 강 대변인은 수시로 드나들며 격앙된 목소리로 『사실임이 판명되면 제명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당의 방침을 통고.
강 대변인은 그러나 8일 오전 박 의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나서자 당초의 강경했던 톤을 다소 누그러뜨려 『검찰조사에서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 말하면서 당 차원의 조치도 수사진행을 지켜보면서 취하겠다는 선으로 일단 유보.

<타격클까 전전긍긍>
박 의원의 혐의사실과 관련, 민주당은 수사진척 상황이나 검찰의 신병조치가 어느 선으로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지극히 고민스러워 하는 모습.
당 관계자들도 문제가 된 박 의원이 동해사건으로 구속됐던 서석재 전 총장의 생질이라는 점에 더욱 곤혹스러워하면서 만약 박 의원 역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당이 받게될 타격을 걱정하며 전전긍긍.
한 당직자는 『검찰이 더블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고 은근히 의혹을 표하면서도 『박 의원이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땅을 샀다』는 등의 미확인소문이 나돌자 『어쨌든 당이 또 한번 이미지손상을 입게됐다』고 우려를 표명.
민주당은, 특히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이 터져 나온 탓에 국감활동의 위축 및 정치권 전체에 미칠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고민하는 모습들.
민주당 의원들은 박 의원 사건과 최근 김동주 의원에 대한 고발괴문서 사건 등 비위관련사실이 민주당에 집중되자 무슨 뒷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
특히 김영삼 총재가 부산기자회견에서 「대통령탄핵소추」를 주장하면서 5공 청산 문제에 대한 대여공세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보복적인 의미도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추측들.

<전비서 행적 수상>
박 의원의 보좌관 박대근씨는 8일 오전 박 의원과 함께 상도동에 나와 고발했던 전대월 비서와의 관계를 설명.
박 보좌관은 전비서가 5월께 『사업을 하겠다』는 이유로 비서직을 그만뒀다며 박 의원과는 일체 불화나 다툰 사실이 없다고 전언.
박 보좌관은 또 전비서가 이력서에 서울대법대를 졸업했고 외신기자도 거쳤다는 등 의혹의 여지가 많았었다며 『전 비서관이 공문서 위조 및 사기 등 전과 3범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하고 지난달 29일 확인한 결과 전비서 명의의 중소기업 은행구좌 (001-01-03631661) 에 5억 원이 입금되는 등 행적에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전씨 측에 혐의를 전가하려고 안간힘. <김용일·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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