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대선룰 놓고 한 판 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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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 경선룰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20일 '박근혜.이명박' 전쟁이 슬며시 싸움터를 옮기고 있며 새로운 싸움터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방식 변경 문제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친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처음 제기했으며 이 전시장의 '원내 대변인' 격인 정두언 의원이 불을 붙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사안은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 못 되느냐'와 직결돼 있어 대선 후보들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대선후보 등 공직 후보자를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참여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뽑도록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19일 '대선 게임의 룰' 변경과 관련해 "9개월 동안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 아니냐. 한두 명이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어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그 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제 나한테 그런 것은 묻지 말아 달라"고 잘랐다. 강재섭 대표도 "특정인의 유.불리와 관계 없이 지금의 룰을 갖고 해야 한다"며 "당 혁신위가 안을 만든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시행하지도 않았는데 바꾸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박전대표가 2년 넘게 대표에 있었으므로 대의원이나 당원만 두고 보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저쪽의 스타트 라인은 50m 앞에 있는 셈"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당 안팎에선 대의원의 경우 6대 4 정도로 박전대표가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정작 이전시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조해진 전 서울시 정무보좌관은 "이전시장은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해봐야 당에서 받아들여질 것도 아니고, 실익도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얘기한다고 해결될 게 아닌 만큼 나중에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전시장쪽은 당내 대선주자간 '룰 미팅'은 필요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다른 측근은 "대선 경선이 7.11 전당대회 때처럼 누군가 조금만 힘을 쓰면 표가 움직이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면서 "예를 들면 선거인단이 30만명쯤 돼 각 후보 진영에서 '표 관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야 혼탁, 과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는 박형준.정병국 의원 등 소장파들도 동조하고 있다. 박의원은 선거인단 대폭 확대나 여론조사비율 상향조정을, 정의원은 완전 국민참여경선 도입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대선후보 경선방식은 숨은 불씨나 다름없다"며 "박전대표와 이전시장간 여론.대의원 지지율이 빡빡하게 흘러가 현행 방식으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면 그대로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고치자, 말자' 얘기가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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