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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물로 만든 생수, 히트 상품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용암해수산업단지 전경.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용암해수산업단지 전경.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지난 26일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용암해수산업단지. 19만 7341㎡(약 5만 9695평) 규모의 이 단지 한쪽에 마련된 수족관에 용암 해수를 사용해 키우는 바닷가재, 어패류, 해조류가 그득했다. 수족관 옆 비닐하우스에선 용암 해수의 경도(마그네슘ㆍ칼륨 등 미네랄 함량 정도)를 달리해 감귤나무의 생육과 성장 속도, 당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식물재배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 용암해수산업단지, 사업체 21곳 입주 #미네랄 ‘부자’ 염지하수로 다양한 실험 한창

장원국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장은 “일반 생수의 경도가 19 정도인데 반해 용암 해수는 경도가 5000이 넘는다”면서 “제주 지하수는 물론 용암 해수의 경도를 달리한 물로 해양생물이나 식물을 키웠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어떤 경도에서 잘 자라는지 측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용암 해수는 제주도의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이라며 “이 자원은 영구적이며 지속가능한 수자원으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원국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장이 용암해수로 키우는 감귤나무의 생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장원국 용암해수산업화지원센터장이 용암해수로 키우는 감귤나무의 생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제주용암해수는 바닷물처럼 짠맛을 품고 있는 염지하수다. 바닷물이 제주 화산 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자연 여과된 이후 육지의 지하로 스며든다.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염류를 갖고 있어 산업적으로 쓰일 곳을 찾는 연구가 한창이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용암 해수가 제주의 미래 자원이란 판단해 2013년 3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세계 첫 용암해수산업단지를 조성했다. 현재는 7개 입주기업과 14개 임대업체가 이 단지에서 용암 해수 활용법을 두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음료 제조 업체부터 화장품, 식품, 스파 관련 기업 등 업종은 다양하다.

용암 해수는 40만년 전 제주도의 탄생과 함께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아 수온은 연중 섭씨 16~18도를 유지한다. 수소이온 농도도 pH 7.3~7.5로 일정하다. 장 센터장은 “용암 해수는 청정성과 안전성, 안정성과 기능성을 두루 갖춘 자연의 선물”이라며 “해수가 화산 암반층을 통해 육지 지하로 스며들면서 아연ㆍ바나듐ㆍ게르마늄과 같은 인체에 유용한 미네랄을 함유해 기능성 음료와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해양과 환경 연구소’에서 이영돈 교수가 제주 용암해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영돈 교수]

제주대 ‘해양과 환경 연구소’에서 이영돈 교수가 제주 용암해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영돈 교수]

앞서 제주대 이영돈 교수는 1990년대 초 광어 인공 수정란 생산법을 개발하면서 용암 해수를 활용했다. 26일 제주대에서 만난 이 교수는 “광어가 가장 좋아하는 산란 온도가 섭씨 18~22도인데 용암 해수가 16~18도의 온도를 유지한다”며 “용암 해수를 끌어올려 보통 바닷물과 섞으면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한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용암 해수는 제주의 환경과 지질 구조 특성이 만들어낸 신이 빚은 물”이라며 “용암 해수엔 미네랄 성분이 이온화된 상태로 있어 물로 마실 경우 체내 흡수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암 해수로 비만 쥐 실험을 했는데 지방 축적 개선 효과가 있었고 모낭 성장 속도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면서 “순환자원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암해수 시추 과정에서 나온 지질층.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용암해수 시추 과정에서 나온 지질층. [사진 용암해수 산업화 지원센터]

용암 해수를 원료로 한 생수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16년 11월 제주용암수 지분 66%를 취득하고 용암해수산업 단지 내에 2000억원을 들여 용암수 제조 생산 시설을 만들었다. 오리온은 용암수의 염분을 걸러내 제거한 뒤 이 과정에서 빠져나간 미네랄을 다시 보충해 병에 넣는 과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한다. 일반 생수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해 제조원가도 높다.

국내 생수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오리온은 국내 생수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인 다음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국인이 생수 소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중국 생수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 생수 시장 성장률은 최근 5년간 평균 15% 선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다 노년층이 증가하면서 탄산음료를 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나 꼬북칩 등을 통해 중국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생수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면서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에 건강한 물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무기로 국내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도 도전한다”고 했다.

제주=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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