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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학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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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인적자원부는 12일 원격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운영 근거 법률을 평생교육법에서 고등교육법으로 바꾸는 '원격대학 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원격대학의 설치.운영 기준 강화, 대학 운영관리 역량 강화 등을 통해 보다 내실 있게 원격대학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그동안 원격대학은 지방자치단체, 학교법인, 비영리 재단법인 등이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학교법인으로 한정했다. 교사(校舍) 및 학생 등록금의 담보 제공 불가 등 일반 대학과 동등한 수준으로 학생 학습권과 교원신분 보호장치가 마련되고, 법인.학교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이 강화됐다. 이번 조치는 원격대학 제도 도입 5년째인 지난해 실시된 전면 감사 및 실태조사 결과 원격대학의 부실운영과 법.제도적 문제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방송통신대와 동일한 학위수여 기관으로서의 근거 법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동안 원격대학은 인식 부족으로 입학정원의 37%가 미달돼 과당경쟁과 과다한 시간제 등록생 운영 사태가 벌어져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학위 장사'라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교무.학사.회계 등이 전반적으로 부실 운영돼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원격대학이 평생교육시설로 규정돼 사회적 위상이 낮은 데다 일반 대학과는 다른 차별적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이런 불합리한 요소를 없애고, 고등교육법에 사이버대학의 근거를 마련했다. 원격대학도 일반 대학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아 국가 재정 지원을 받고, 교육용 콘텐트 개발.지원 및 공동 활용이 가능해졌다. 가슴 한구석에 의구심을 품으면서 향학열을 불태운 5만5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정규 대학생이란 자긍심을 불어 넣고, 고교 졸업생은 물론 현재 원격대학의 주축인 30~40대의 참여가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가 되면 원격대학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단단한 기반을 구축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멸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원격대학들도 새로운 변화에 맞춰 노력해야 한다. 원격대학은 일반 대학과 다른 특성이 있다. 요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유비쿼터스 교육의 최첨단 실천장이기도 하다. 생업에 충실하면서 학업에 정진하고, 외국에서도 교육이 가능한 첨단 교육제도다. 학사관리시스템의 문제점과 안일한 학사운영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미비점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등 원격대학이 발달한 나라에선 원격대학의 학사 운영.관리가 일반 대학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우리 원격대학들도 이런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합당한 평가를 통해 자격이 인정되면 원격대학의 대학원 설립도 적극 권장, 명실상부한 유비쿼터스 교육의 장으로 육성.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원격대학의 특성을 십분 살릴 수 있는 대학원 중심 전문 이론 교육기관으로 육성하자는 것이다. 교수들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수강할 수 있고, 전공교수와의 일대일 화상교육을 통해 일반 대학보다 더 심도 있는 학습이 가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화상교육이 가능한 컴퓨터 설치 등 강력한 학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 그동안의 비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최무영 한성디지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