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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너무 없어 고민? 스펙만 보고 직원 뽑는 회사는 없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명주의 비긴어게인(15)

강의를 마치고 강의실 문을 막 나오려는 참이다. 강의 마무리에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추가 질문이 없어 더는 질문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나오는데 어느 학생이 뒤에서 나를 부른다. 강의시간에 금융권이 어떻게 다른지 질문했던 그 학생이다.

대학 4학년, 경영학 전공 학생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다. 본인이 취업하려고 하는 금융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질문했다고 한다. 학교 공부하면서 틈틈히 시간을 내 취업에 필요한 필기시험도 준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 중인 주위 친구들을 보니 앞이 캄캄해졌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볼수록 제 이력이 너무 초라해 보여요.” 그들이 준비한 화려한 스펙과 학벌에 본인 자신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경쟁자들의 화려한 스펙과 학벌에 주눅 든 취업 준비생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일러스트 강경남]

경쟁자들의 화려한 스펙과 학벌에 주눅 든 취업 준비생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일러스트 강경남]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스스로 학비를 벌기 위해 수업시간을 피해가며 열심히 아르바이트했다. “놀지도 않고 잠도 줄여가며 열심히 살았어요.” 학교 공부하며 일하느라 다른 학생들처럼 해외 연수나 화려한 대외 활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취업목표를 정해 오직 그 길만 보고 왔다. 말하는 내내 본인과 동생을 위해 일하시는 엄마를 생각하고 있다. 끝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엄마를 위해서 동생을 위해서라도 꼭 취업하고 싶어요.”

직원은 결코 화려한 스펙 순으로 뽑지 않는다. 채용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지만 결국은 책임감 있게 일 잘하고, 인성 바르고, 태도가 좋은 직원을 선호한다. 따라서 나의 역량과 의지 그리고 자세가 얼마나 바르고 준비가 되어있는지 보여주면 된다.

취업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거치는 과정이 서류전형이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당연히 자기소개서다. 금융기관별 또는 은행별로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양식이 다르다. 자기소개서에 요구되는 여러 문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비슷한 문항들이다.

그 문항들은 대부분 1) 지원동기가 무엇인가, 2) 가치관/비전은 무엇인가, 3) 본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4) 본인의 경쟁력과 역량은 어떠한가(지원 분야에 대한 준비), 5) 과거 실패한 경험 성공한 경험은 무엇인가 등을 묻고 있다. 물론 금융사별로 요구하는 항목이 다소 다를 수 있으나 지원자의 직무역량, 인성, 의지 그리고 가능성을 보기 위한 질문들이다.

자기소개서의 기본은 진실성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자기소개서의 기본은 진실성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일러스트 강경남]

“첫 줄만 보면 딱 알아요.”
최근에 만난 금융기관 인사 담당자의 말이다. 지난 수년간 채용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숱하게 봐왔다. 이제는 처음 한줄만 봐도 감이 온다는 것이다. 서류전형에 응모한 수많은 응시생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해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다. 금융기관 실무 관리자와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그 많은 자기소개서를 보다 보니 자연스레 자기소개 첫 문장만 봐도 어떻게 작성됐는지 감이 온다. 남의 것을 베낀 것인지, 성의 있게 작성된 것인지, 과장된 것인지.

자기소개서 잘 써보겠다고,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일명 취업 성공 자기소개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성공했다는 자기소개서를 참고해 볼 수는 있으나 베끼지는 말아야 한다. 요즈음은 자소서 검증 절차가 체계적으로 돼가고 있다. AI를 통해 검증도 한다. 베낀 자기소개서나, 허위사실들이 쉽게 발각된다. 그 사실이 확인되면 당연히 불이익을 받는다.

자기소개서의 기본 중의 기본은 진실성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는 반드시 본인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단순히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한 서류요건으로 봐서도 안 된다. 본인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필기 전형을 통과한 후 면접에서 나를 검증하는 중요 자료가 된다.

나만의 특성, 나만의 경쟁력을 찾자.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했고 어떤 일은 하기 싫었는지 돌아보자. [연합뉴스]

나만의 특성, 나만의 경쟁력을 찾자.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했고 어떤 일은 하기 싫었는지 돌아보자. [연합뉴스]

나의 역사를 한번 써보자. 자신의 성장 과정을 적어보자.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적어보자. 경험을 쭉 정리해보고 거기에서 배운 점들이 뭐가 있는지 적어보자. 본인의 장단점도 정리해보자.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했고 어떤 일은 하기 싫었는지도 살펴보자. 그리고 나만의 특성, 나만의 경쟁력도 찾아보자.

과거 경험, 본인의 장점, 지금까지의 노력이 지원한 직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적어보자. 실질적인 사례를 들어 작성해보자. 문장은 두괄식으로 작성해본다. 지원한 직무와 상관없는 능력을 굳이 맨 앞줄에 내세울 필요는 없다. 자기소개서에서 강조해야 하는 내용은 지원한 직무와 관련 있는 경험과 역량이다. 그 밖의 능력은 자연스레 자기소개서에 녹여 내리면 된다.

문항별로 500자, 700자, 1000자 또는 1500자 내외로 작성하도록 요구한다. 각 문항마다 질문 의도가 있다. 의도를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써보자. 간단명료할수록 좋다. 그렇다고 빈 공간을 두지 말자. 성의 없게 보일 수 있다. 내가 면접관이라고 생각하고 작성해보자.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남이 되어버린다. [일러스트 강경남]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남이 되어버린다. [일러스트 강경남]

남들과 비교하는 습관은 이제 버리자.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남이 되어버린다. 나를 보지 못하고 남들에게 기웃거리게 된다. 나를 잃어버린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나에게 집중하자.

비교 대상은 남이 아니라 ‘과거의 나’이다. 과거의 나 자신과 현재의 나를 비교해보자. 그동안 목표를 향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면 과거의 나로부터 발전해온 지금의 나를 발견할 것이다. 거기에 미래의 나의 멋진 모습도 함께 그려진다. 떨어진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의 발견과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나에 대한 믿음은 본인의 자기소개서에서 그리고 면접에서 나를 빛나게 해줄 것이다.

강명주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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