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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네요, 태어나 처음 하늘 본 다섯살 소년의 이 표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68) 영화 '룸'

3평 남짓한 작은 방에 7년째 감금당한채 살고 있는 조이와 잭 모자. 이들은 모자 관계지만 친구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없어선 안될 든든한 존재이다. [사진 A24필름스]

3평 남짓한 작은 방에 7년째 감금당한채 살고 있는 조이와 잭 모자. 이들은 모자 관계지만 친구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없어선 안될 든든한 존재이다. [사진 A24필름스]

3평 남짓한 방에 있는 거라곤 침대 하나와 램프, 세면대, 고장난 작은 TV… 그리고 어린 모자가 있습니다. 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창고 같은 방에는 천장에 뚫린 네모난 작은 창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전부죠.

이제 곧 다섯살이 되는 잭(제이콥 드렘블레이 분)은 아침마다 친구들에 인사 합니다. “침대야 안녕, 램프야 잘 잤니?” 이 방안에 살아 있는건 엄마와 자신, 단 둘 뿐이죠. 태어나서 한번도 방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잭은 이 방이 자신이 본것중 가장 큰 세상입니다.

잭의 엄마 조이(브리 라슨 분)는 17세 소녀 시절 ‘개가 아프니 도와달라'는 말에 닉(숀 브리저스 분)으로부터 납치 돼 줄곧 이 방에 감금이 됩니다. 감금 당하던중 지속적인 성폭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잭이 태어나게 된거죠.

방안 천장에 나 있는 조그만 창이 이 방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조이는 잭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이 방에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는다.[ 사진 A24필름스]

방안 천장에 나 있는 조그만 창이 이 방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조이는 잭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이 방에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는다.[ 사진 A24필름스]

잭을 낳은 이후에도 닉은 조이를 지속적으로 강간했고 닉이 방에 오는 날이면 잭은 옷장 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어느날 닉이 방에 오던날 잭이 있던 옷장 문이 열리면서 닉과 마주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닉과 몸싸움을 하던 조이는 제압당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닉은 한 겨울에 방의 전기를 모두 끊어버리죠.

더이상 이렇게 버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조이는 잭과 함께 방에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조이는 잭이 차가운 방에서 감기를 심하게 앓다 죽은 걸로 위장해 카펫에 둘둘 말아둡니다. 닉이 와 잭이 있는 카펫을 트럭에 싣고 밖으로 나가면 잭이 카펫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작전이었는데요.

조이의 계획대로 밖에 나가는덴 성공했지만 닉은 곧 잭이 살아 있다는걸 눈치챕니다. 다시 데려가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들자 당황한 나머지 놓고 가버리죠. 잭은 경찰에게 엄마가 있는 곳을 알렸고 조이와 잭은 7년만에 진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조이는 7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잭의 존재를 불편해 하고 자극적인 사건으로 원치않게 대중들과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다. [사진 A24필름스]

조이는 7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잭의 존재를 불편해 하고 자극적인 사건으로 원치않게 대중들과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다. [사진 A24필름스]

대부분의 경우라면 이렇게 끝나겠지만 영화의 시작은 바로 이 다음부터 입니다. 조이는 7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이미 이 사건으로 인해 상처와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제서야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와중에 조이의 존재는 가까스로 아문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는 계기가 되었죠.

또한 이 사건은 사람들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였습니다. 원치않게 여기저기서 찍어대는 사진에 쉴새없이 밀려드는 인터뷰까지. 7년 동안의 물리적 감금 이후 다시 타인의 시선에 의한 감금이 시작된거죠. 이에 결국 조이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그녀를 일으켜세운건 의사도 부모도 아닌 그녀 인생에 있어 단 하나의 세상이었던 잭입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 상처를 극복해나갑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의 책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로 일어난 ‘요제프 프리츨 친딸 감금 강간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제프 프리츨은 자신의 셋째딸 엘리자베스를 11살때부터 24년간 성폭행해 당시 오스트리아는 물론 전 세계를 경악 시킨 사건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충격적이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슈화 되었지만 작가 엠마 도노휴는 성폭력, 강간이라는 자극적인 틀에서 벗어나 모자간의 사랑과 그로 인해 서로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좀더 비중있게 다뤘는데요. 이는 곧 영화에서도 잘 표현되었다 생각합니다.

잭 역의 제이콥 드렘블레이. 호기심 많은 순수한 아이에서 엄마를 향한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사진은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사진 A24필름스]

잭 역의 제이콥 드렘블레이. 호기심 많은 순수한 아이에서 엄마를 향한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사진은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사진 A24필름스]

조이 역은 우리에게 ‘캡틴 마블’로 얼굴이 알려진 브리 라슨이 맡았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체중까지 감량하여 작은 방에 감금된 조이의 외적인 모습을 구현해 냈고, 조이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 상담사와 상담은 물론 자신의 의지로 홀로 방에 감금이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아직 엄마가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와의 유대관계, 모성애가 중요한 이 영화에서 잭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제88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여우주연상은 브리 라슨에게 주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잭 역의 제이콥 트렘블레이 입니다. 호기심 많은 순수한 아이에서 엄마를 향한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이며 신인 답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는데요. 특히 잭이 작은 방에서 나와 트럭 위 카펫에서 처음 하늘을 올려다봤을때의 표정은 약간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원더'라는 영화에서도 안면 기형이 있는 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줘 좋은 평을 받았는데요. 이 배우의 성장과 앞으로의 필모그라피가 궁금해집니다.

영화 '룸' 포스터. [사진 A24필름스]

영화 '룸' 포스터. [사진 A24필름스]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각본: 엠마 도노휴
출연: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조안 알렌, 숀 브리저스
촬영: 대니 코엔
음악: 스티븐 레닉스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18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16년 3월 3일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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