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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장면 아닌데, 자꾸 눈물 나게 만드는 이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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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69) 영화 '심플 라이프'

4대째 로저(유덕화 분)네 가사도우미를 해 온 아타오(엽덕한 분). 지금은 로저만 남은 집에서 로저의 식사를 챙기고 집 청소를 한다. 사진은 아타오가 로저의 식사를 챙기는 모습. [사진 미로비젼]

4대째 로저(유덕화 분)네 가사도우미를 해 온 아타오(엽덕한 분). 지금은 로저만 남은 집에서 로저의 식사를 챙기고 집 청소를 한다. 사진은 아타오가 로저의 식사를 챙기는 모습. [사진 미로비젼]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 로저(유덕화 분)네 집엔 4대에 걸쳐 가사도우미를 해 온 아타오(엽덕한 분)가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홍콩을 떠나 살고 있고 지금은 유일하게 로저만 돌보고 있는데요. 업무적으로 출장이 잦은 그의 집을 청소해주고 식사를 챙겨줍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타오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지게 되면서 이들 관계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아타오는 몸의 절반이 마비로 인해 움직이기 어려워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요양병원에 들어갑니다. 까다로운 입맛,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아타오는 병원의 밥도, 청소 상태도 맘에 들지 않는데요. 입원해 있던 사람들도 전부 특이해보였죠.

몇년째 가족이 한번도 찾아오지 않아 국가 보조금으로 입원해 있는 할머니, 치매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병원서 생활하고 있는 할아버지, 딸과 아들에게 나눠준 유산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할머니 등 각자의 사연이 있는 그들 사이에서 아타오는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죠. 여기에서 놀란건 아타오가 지내는 요양병원에서의 상황이 한국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로저는 틈틈이 아타오의 병원을 방문에 함께 시간을 보낸다. 사진은 영화 제작자인 로저가 자신이 제작한 영화 시사회에 아타오를 초대한 모습. [사진 미로비젼]

로저는 틈틈이 아타오의 병원을 방문에 함께 시간을 보낸다. 사진은 영화 제작자인 로저가 자신이 제작한 영화 시사회에 아타오를 초대한 모습. [사진 미로비젼]

그 와중에 로저는 틈틈히 아타오의 병원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자신이 제작한 영화 시사회에 초대하기도 하죠. 로저의 가족들도 아타오를 위해 음식을 해오기도 하고 병원에서 나가면 살 집도 마련해 줍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니 그냥 가족이라고 볼 수 있죠.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렇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끝내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보여주는데요. 비슷한 영화들처럼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고 제목처럼 심플하게 그려냈다는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진짜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니라 남남이었다는 것도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부모보다 더 부모같은 가사 도우미 아타오와 아들보다 더 아들 같은 로저의 관계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천녀유혼’ 시리즈와 ‘황비홍’ 등을 제작한 유명 홍콩 프로듀서 로저 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감동 실화는 세계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제48회 금마장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회복되는 줄 알았던 아타오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한다. 거동도 말도 불편해지면서 로저는 그의 손과 발이 되어 준다. 사진은 로저와 아타오가 함께 산책하는 모습. [사진 미로비젼]

회복되는 줄 알았던 아타오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한다. 거동도 말도 불편해지면서 로저는 그의 손과 발이 되어 준다. 사진은 로저와 아타오가 함께 산책하는 모습. [사진 미로비젼]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로저가 누나와 차 안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누나는 자신이 달라고 할 땐 안 주고 동생 로저에게만 콜라를 챙겨 줬다는 아타오를 여전히 서운해했는데요. 지금에와서 보면 아타오가 로저를 챙긴게 잘한 일이라 말했습니다.

그때 로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와 아타오 둘 다 정말 행운인 것 같아. 몇 년 전에 내가 심장 수술했을 때 건강한 그녀가 날 돌봐줬고 그 덕분에 나도 빨리 회복했어. 이제 아타오가 아픈데 건강한 내가 돌보면 되니까 정말 잘 된 거지. 만약 둘이 같이 아팠으면 어떻게 됐겠어?"

이 장면에서 로저와 아타오의 관계는 가족 그 이상을 뛰어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았던 로저와 아타오, 이들이 맞이하는 이별은 어땠을까요. 담백하게 그려낸 아타오와 로저의 이야기에서 잔잔한 감동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심플 라이프

영화 '심플 라이프' 포스터. [사진 미로비젼]

영화 '심플 라이프' 포스터. [사진 미로비젼]

감독: 허안화
각본: 수잔 챈, 얀-램 리
출연: 유덕화, 엽덕한, 진해로, 왕복려
촬영: 유릭와이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17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12년 11월 22일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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