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67) 영화 '우리집'
여러분은 ‘집'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어떤 사람은 물리적인 ‘집'을 떠올리실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정서적인 ‘집'을 떠올리실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인 ‘집'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공간을 의미하고 정서적인 ‘집'이라면… 뭐랄까요. 말로는 좀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함, 편안함과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게 있습니다. 바로 ‘가족' 인데요. 집은 곧 가족으로 연결되죠.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에서는 이런 집을 지키려는 세 명의 아이가 등장합니다. 앞서 말한 물리적인 ‘집’을 지키려는 자매와 정서적인 ‘집'을 지키려는 한 소녀가 있죠. 그 나이 또래 어린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각자의 방법을 통해 자기 집을 사수하려는 이 세 아이들이 참 귀엽다가도 애잔했는데요. 이 아이들의 속 사정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물론 너희 집도!”
먼저 주인공 하나(김나연 분)네 가족은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 상관없이 싸우는 소리에 걱정이 많은 하나는 가족이 서로 떨어지게 될까봐 불안합니다. 이런 하나가 할 수 있는 건 요리를 해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죠.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간 하나는 우연히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를 만나게 되는데요. 갑자기 언니를 잃어버린 유진이를 데리고 있다가 찾아주게 되면서 하나와 이들 자매는 친해지게 됩니다.
유미, 유진은 거의 두 자매끼리 생활하는데요. 부모님이 도배 일을 하셔서 지방에 있는 날이 많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어느 날 자매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집을 내놨다는 말을 듣고 또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데요.
반면 하나는 하나대로 가족들의 사이가 좋아질 방법을 생각하다 과거 가족 여행 갔을 때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을 위해 엄마, 아빠, 오빠를 설득하는데요. 과연 이 아이들은 각자의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날것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연기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은 ‘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마 지금도 가족 때문에 속상하신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이 영화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가족 문제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신선합니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면 ‘저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지만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과 계획을 가지고 실행하려 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참 ‘아이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아이답다'는게 연기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고 실제 아이를 데려다 놓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윤가은 감독은 전작 ‘우리들'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상황극을 통해 연기 지도를 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번 ‘우리집'에서는 오디션부터 특별했습니다. 연기 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선발했다고 하죠. 선발된 배우들과 촬영 두어달 전부터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즉흥극을 통해 각자 캐릭터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 했다고 하네요.
이전에 소개해 드린적 있는 ‘아무도 모른다' 라는 영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대본 없이 배우들에게 그때그때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두 영화 모두 연기자가 아닌 진짜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 날것 그대로의 연기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반한 점은 동화 같은 따뜻한 색감이었는데요. 아이들의 모습과도 잘 어울려 사랑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이는 1970년대 사진용 렌즈를 영화 메인 렌즈로 활용해 필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구현해 냈다고 합니다.
보면 볼수록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이 귀여운 영화를 여름의 늦자락에 꼭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리집
감독&각본: 윤가은
출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촬영: 김지현
음악: 연리목
장르: 드라마, 가족
상영시간: 92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19년 8월 22일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