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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성 분장' 전력 드러나 사면초가 몰린 캐나다 총리

중앙일보

입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EPA=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EPA=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47) 캐나다 총리의 '브라운페이스' 사진이 18일(현지시간) 공개돼 세계적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수사외압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트뤼도 총리가 다음 달 21일 총선을 앞두고 사면초가에 빠졌다.

취임 직후 '다문화내각' 구성으로 인기 #'브라운페이스' 인종차별적 상징성에 '휘청' #야당에 지지도 뒤처진 상황, 재선 먹구름

미국의 시사지 '타임'은 이날 트뤼도 총리의 '브라운페이스(백인이 유색인종을 표현하기 위해 검게 분장하는 것)' 사진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트뤼도 총리가 교사로 일하던 2001년 학교에서 열린 연말 갈라에서 '아라비안 나이트' 연극을 위해 갈색으로 얼굴을 분장하고 터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미국 시사지 '타임'이 18일 공개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2001년 유색인종 분장 사진. [타임 유튜브 캡처]

미국 시사지 '타임'이 18일 공개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2001년 유색인종 분장 사진. [타임 유튜브 캡처]

사진이 공개되자 트뤼도 총리는 즉각 사과했다. 그는 보도 직후 선거유세를 위해 이동 중이던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난 그렇게 (분장을) 해서는 안 됐고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더 잘 인지하고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소속 지타 아스트라바스 의원은 "총리가 과거 친구 및 동료들과 알라딘을 연기하기 위해 옷을 입고 분장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영국 BBC방송과 CNN 등 세계주요 언론들은 이를 일제히 속보로 전하며 캐나다 총선을 뒤흔들 이슈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의 유색인종 분장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브라운페이스'가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상징성 때문이다.
브라운페이스는 19세기 연극무대에서 백인 배우들이 흑인 노예를 연기하기 위해 했던 분장으로, 흑인 배우를 직접 무대에 세우지 않고 백인 배우가 분장을 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더욱이 분장 과정에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입술을 과하게 두껍게 그리는 등 흑인을 희화화했던 관습 때문에 20세기 들어 연극계에서는 '브라운페이스' 혹은 '블랙페이스' 분장을 지양해왔다.

앞서 지난 7월 싱가포르의 한 제작사가 만든 전자결제 광고에서도 중국인 배우가 말레이시아인을 표현하기 위해 갈색으로 얼굴을 분장했다가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광고를 만든 제작사 하바스 월드와이드와 싱가포르방송협회(Mediacorp)는 갑론을박 속에서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했다. 또 국내에서도 '엉클잼'으로 활동하는 유명 외국인 유튜버가 거리낌 없이 블랙페이스로 흑인분장을 하는 한국의 일부 개그프로그램들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브라운페이스'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던 싱가포르의 전자결제 광고.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유튜브 캡처]

'브라운페이스'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던 싱가포르의 전자결제 광고.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유튜브 캡처]

외신들은 이 사진이 다음 달 21일 치러질 캐나다의 총선 판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집권 직후 '다문화 내각'을 선언,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15명 동수에 다문화·소수자 출신으로 내각을 꾸린 인물이다. 그가 인종적 다양성을 외치며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만큼, 이번 유색인종 분장이 트뤼도 총리의 이미지에 주는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또 지난 6월 캐나다 여론조사업체 '레저'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제1야당인 보수당이 38%를 기록, 29%에 그친 집권 자유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자유당이 미세한 우위를 차지했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 양상이었다. 특히 최근 트뤼도 총리와 핵심 측근들이 뇌물혐의로 조사받던 건설사 SNC-라발린에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도록 검찰과 당시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뤼도 총리는 난처한 입장이었다.
여기에 18년 전 인종차별적 유색인종 분장 전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40대의 젊은 나이에 캐나다 총리에 올랐던 트뤼도 총리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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