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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와 협상 앞두고 영변 재가동? IAEA "연료 재주입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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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핵시설의 상업위성사진

북한 영변핵시설의 상업위성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 연료를 재주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63차 IAEA 정기총회를 앞두고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서다. 영변 원자로는 북한 핵 시설 중 핵심에 해당한다. 지난해부터 가동됐지만 교착 상태인 북·미 및 남북 비핵화 협상에서도 관건으로 작용해왔다. 18일로 꼭 1년을 맞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에도 5조2항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적시돼있다.

IAEA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의 5㎿ 원자로가를 지난해 12월 초부터 가동하지 않고 있으나, 연료 재주입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인근 핵연료봉 제조 시설에서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연료봉 제조는 연료 재주입의 준비 단계다.

IAEA는 지난해 8월 이후 북한 영변 핵시설 일대의 동향을 집중 관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연 직후다. IAEA는 관찰 결과 “5㎿ 원자로가 연료를 제거하고 새로운 연료를 주입할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된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킬 용의가 있음은 보인 셈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자리한 IAEA 본부 건물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 자리한 IAEA 본부 건물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가동되는 징후가 분명했던 이 원자로는 8월 말부터 11월 말 사이에는 간헐적으로만 가동 징후를 보였다. 그러다가 12월 초부터는 가동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IAEA의 설명이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위해 서로 샅바싸움을 하던 시기다. 영변의 재처리공장인 방사화학연구소나 건설 중인 경수로(LMWR) 작업 현장도 각각 지난해 3~4분기를 기점으로 명확한 활동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9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영변 핵연료봉 제조공장 내에 있는 원심분리 농축시설이 사용된 징후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경수로에서 원자로 부품을 제조한 뒤 원자로 건물로 실어나르는 활동도 관측됐다고 전했다.

IAEA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최근 핵 활동 동향에 대해 “IAEA의 지난해 8월 보고서 이후 일부 핵시설은 더는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했다.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명백한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이면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의 '하노이 작별' 장면. 회담 결렬 직후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의 '하노이 작별' 장면. 회담 결렬 직후다. [연합뉴스]

영변 핵 시설 가동은 앞으로의 북·미 실무협상에서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데에도 영변에 관한 줄다리기가 작용했다. 회담 개최 전 미국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영변 그 이상(beyond Yongbyun)을 원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북한은 영변의 일부만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신 모든 유엔 대북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으며, 따라서 회담이 결렬됐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었다. 북한은 이에 반박해 "영변 다 내놓겠다고 했다"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반박했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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