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급 5억원’ 데 헤아, EPL 1위...웃지 못하는 맨유

중앙일보

입력

프리미어리그 연봉 킹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 [AFP=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연봉 킹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 [AFP=연합뉴스]

스페인 축구대표팀 주전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연봉 킹’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소속팀 맨유는 복잡다단한 표정이다.

맨유는 데 헤아와 오는 2023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했다고 17일 밝혔다. 현지 언론이 보도한 데 헤아의 새 주급은 옵션을 모두 충족할 경우 37만5000파운드(5억5400만원)에 이른다. 프리미어리그 전체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액수다.

골키퍼가 5억원 이상의 주급을 수령하는 건 전 세계 축구리그를 통틀어 데 헤아가 최초다. 지난 2011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떠나 맨유로 건너온 데 헤아는 새로 맺은 계약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12년 간 맨유의 수문장 자리를 지키게 된다.

소속 선수를 프리미어리그 연봉 킹으로 올려놓은 맨유 구단 분위기는, 그러나 그리 밝지 않다. 특급 골키퍼와 재계약하며 뒷문 단속에 성공한 건 반가운 뉴스지만, 그에 따른 출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맨유 선수단 연봉을 훌쩍 높여놓고 인터밀란으로 건너간 알렉시스 산체스. [로이터=연합뉴스]

맨유 선수단 연봉을 훌쩍 높여놓고 인터밀란으로 건너간 알렉시스 산체스.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20만 파운드(3억원) 수준이던 데 헤아의 연봉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건 올 시즌 인터밀란으로 임대 이적한 알렉시스 산체스(칠레) 계약의 나비 효과다. 맨유는 지난해 아스널 공격수 산체스를 영입하며 50만 파운드(7억4000만원)에 이르는 주급을 보장했다.

경쟁팀 공격수를 빼온다는 기쁨에 도취돼 시장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액수에 선뜻 도장을 찍었던 게 이후 화근이 됐다. 팀 내 다른 선수들이 산체스의 계약을 예로 들며 일제히 주급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주급 13만 파운드(1억9000만원)를 받던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스페인)는 결국 30만 파운드(4억4000만원)를 제시한 파리생제르맹(프랑스)으로 건너갔다. 맨유는 재계약을 거부하던 주전 센터백 빅토르 린델로프(스웨덴)의 주급을 기존의 2배인 15만 파운드(2억2000만원)로 올려줬다. 올 여름 영입한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의 주급도 19만 파운드(2억8000만원)에 이른다.

선수단 몸값 폭등의 주범(?)인 산체스는 맨유에 머문 18개월 동안 45경기에서 5골에 그치는 부진 끝에 인터밀란으로 임대돼 구단 관계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했다. 심지어 산체스가 인터밀란에서 뛰는 동안 받는 주급(39만 파운드ㆍ5억8000만원)의 절반을 맨유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주급 14만 파운드(2억1000만원)를 받는 손흥민은 상대적인 '저비용 고효율' 선수다. [로이터=연합뉴스]

주급 14만 파운드(2억1000만원)를 받는 손흥민은 상대적인 '저비용 고효율' 선수다. [로이터=연합뉴스]

산체스 계약 이후 나타난 연봉 인플레이션은 맨유에게 이중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맨유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6위에 그쳤지만, 선수단 연봉만큼은 전체 1위였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1억4900만 파운드(2200억원)를 지출해 우승팀 맨체스터시티(1억4400만파운드ㆍ2120억원)를 제쳤다.

지출 대비 효율(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이 매서운 비판을 쏟아내는 점 또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맨유가 데 헤아라는 걸출한 수문장을 지켜내고도 활짝 웃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주급 순위(스포츠텍 제공)

1.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37만5000파운드
2.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 32만833파운드
3.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 - 30만파운드
4.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9만 파운드
5. 메수트 외질(아스널) - 26만8750파운드
6. 앙토니 마르시알(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5만 파운드
7.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 23만135파운드
8.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 20만파운드
    해리 케인(토트넘) - 20만파운드
    탕귀 은돔벨레(토트넘) - 20만파운드
23. 손흥민(토트넘) - 14만파운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