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서 가슴 흉기 찔린 어머니, 아들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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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연합뉴스]

경찰 로고. [연합뉴스]

전북 전주 한 아파트에서 30대 어머니와 세 살배기 아들이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어머니가 아들을 숨지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당초 숨진 어머니 가슴 부위가 흉기에 찔린 상태여서 '타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 조사 결과 강력 범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 덕진경찰서 "타살 후 자살" 무게 #CCTV 확인 결과 남편 알리바이 입증 #"힘들다" 메모 발견…우울증 치료도 #국과수 부검 맡겨 사인 밝힐 예정

전주 덕진경찰서는 17일 "전주 모자(母子) 사망 사건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TV(CCTV)와 차량 블랙박스 확인 결과 사건 당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숨진 여성 남편의 출퇴근 기록 등 알리바이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알리바이는 용의자가 범행 시각에 범행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16일 오후 7시 12분쯤 덕진구 한 아파트 욕실에서 A씨(39·여)와 그의 아들(3)이 숨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가슴 부위를 흉기에 찔린 상태였고, 아들은 욕조 물에 빠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먼저 아들을 물에 빠뜨려 살해한 뒤 32㎝ 길이의 흉기를 이용해 본인 가슴 부위를 6차례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몸에는 주저흔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주저흔은 사람이 자살할 때 심리적으로 한 번에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고, 여러 번 시도하다 실패하면서 생긴 손상을 뜻한다. A씨가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는 욕실 바닥에 있었다.

집 안에서는 "요즘 슬럼프다. 힘들다"는 내용의 A씨 메모가 발견됐다. 전업주부인 A씨는 지난 6~7월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숨진 아들은 A씨 부부의 외아들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모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맡겼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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