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 빨간색 의자가 하나 놓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조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기 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식을 위해서다.
오후 5시. 황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다른 의원들과 분수대 앞에 입장했다. 황 대표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고, 사회를 맡은 전희경 대변인의 안내에 따라 삭발이 진행됐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입고 있던 점퍼와 안경을 벗고 삭발 준비를 했다.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애국가가 배경 음악으로 나왔고 황 대표를 지켜보던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애국가를 불렀다.
황 대표는 삭발 동안 이따금 두 눈을 감았다. 삭발을 마치고 황 대표가 의자에서 일어날 때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황 대표는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과 조국의 사법유린을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범죄자 조국은 자신과 가족의 비리를 덮기 위해 사법 농단을 서슴지 않았다"며 "저는 제1야당의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며 "저의 투쟁을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황 대표는 또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국민의 뜻을 더는 거스르지 말라. 그리고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삭발식이 끝난 뒤 황 대표는 ‘자유대한민국은 죽었습니다’를 쓴 손팻말을 들고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광장 바닥에 연좌했다.
황 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은 촛불 의식 등을 하며 이날 자정까지 ‘조국 임명 철회’를 촉구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당에서는 지난 11일 박인숙 의원이 삭발했고, 이학재 의원은 15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삭발식을 앞두고 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을 통해 황 대표에게 재고 요청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황 대표의 삭발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염려와 걱정의 말을 전달했다. 강 수석이 분수대 앞에서 황 대표를 만나 말을 전했고 황 대표는 ‘조국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황 대표는 단호하게 두 마디를 했다. '조국 사퇴시키시오', '조국 파면시키시오'였다”고 전했다.
변선구 기자